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주민등록표 ‘계부·계모’ 표현 삭제…혈통 표현은 그대로

등록 2018-03-05 17:12수정 2018-03-05 21:40

동거인 이어 계부·계모 삭제…비혈연 표현은 그대로
“비정상 가족 낙인…개인정보 노출 제한해야” 비판
행정안전부 제공
앞으론 주민등록표 등·초본에서 ‘계부·계모’라는 표현이 빠지게 된다. 5일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재혼가정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표현으로 지적받아온 계부·계모라는 말을 없애는 방안 등을 포함해 주민등록 제도혁신 방향을 밝혔다. 그러나 재혼가정임을 알 수 있는 문구는 그대로 남게 돼 실효성있는 개선인지 의문이 높다.

행안부는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재혼가정의 자녀임이 밝혀질 수밖에 없는 등 계부·계모라는 표현에는 인권침해적, 시대착오적 요소가 많다”며 이번 제도 개선 이유를 밝혔지만, 여전히 친부모와는 표기를 달리 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행안부는 재혼가정의 아이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똑같이 ‘자녀’로 표기하는 것은 혈연관계를 근거로 한 민법과, 배우자·부모·자녀만을 표시하는 가족관계등록법 등과 맞지 않으며 계부나 계모의 재산은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한 상속법과도 충돌한다고 보고 “‘계부·계모’를 가능하면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표현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2016년 행안부는 재혼 가정의 자녀를 ‘동거인’으로 표시하던 주민등록법제도를 고쳐 ‘배우자 자녀’로 바꿨다. 이때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번 개선안에서도 ‘계부·계모’라는 말 대신 ‘어머니의 남편·아버지의 부인’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등록표에서 여전히 ‘비혈연 가족’임을 알 수 있도록 표기하는 것은 재혼가정에 대한 주홍글씨이며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지적이 높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당초 주민등록은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법이어서는 안된다. 주민등록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관리하고 그 사람의 거주지를 증명하는 것에 그쳐야 하는데 가족 등을 광범위하게 기술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라며 신분증명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 전문가들은 대부분 상속문제는 다른 서류로 얼마든지 증명 가능한데 가족관계와 신분을 함께 노출하는 현행 주민등록표 형식을 그대로 고수하면 근본적 개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족을 혈연과 비혈연으로 구분하는 민법 체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복순 박사는 “지금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상으론 재혼 가정이 차별받지 않을 방법은 친양자제도를 통한 입양밖에 없다. 입양하지 않으면 부모·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혼인과 혈연만 정상가족으로, 그렇지 않은 가족은 모두 비정상가족으로 간주해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의 틀안에 포함하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주민등록·인감 제도혁신에는 주민등록표 표기 개선 외에도 채권자에게 초본을 발급할 때 채무금액을 높이는 방안(현재 50만원, 통신요금 3만원), 세대 분리 기준을 넓히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남은주 기자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시간당 70㎜ 폭우’ 장흥서 80대 급류 휩쓸려 실종 1.

‘시간당 70㎜ 폭우’ 장흥서 80대 급류 휩쓸려 실종

‘3명 사망’ 청주 여관 방화범 붙잡혀…“오늘 내 구속영장 신청” 2.

‘3명 사망’ 청주 여관 방화범 붙잡혀…“오늘 내 구속영장 신청”

‘200㎜ 폭우’ 부산서 대형 땅꺼짐…트럭 2대 빠져 3.

‘200㎜ 폭우’ 부산서 대형 땅꺼짐…트럭 2대 빠져

‘죄수복 입은 이재명’ 사진 합성해 유포한 70대 벌금형 4.

‘죄수복 입은 이재명’ 사진 합성해 유포한 70대 벌금형

폭우에 전국 1500명 대피…침수 피해 잇따라 5.

폭우에 전국 1500명 대피…침수 피해 잇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