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돌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전남 무안군 현경면 수양리 석북마을
전남 무안군이 20년 동안 한 바닷가 마을의 선착장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일주일 전 수억 원대의 돌풍 피해가 발생했다.
무안군 현경면 수양리 석북마을 주민들은 6일 “1998년부터 선착장을 설치해 달라고 군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여태껏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선착장만 있었다면 강풍 피해가 이토록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해를 본 뒤 면사무소와 군 수산과에 알렸지만 복구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주민 강중원(57)씨는 “군수·의원 등이 여러 차례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다. 철석같이 믿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배신감을 든다”고 분개했다.
이 마을은 주민 41가구 56명은 인근 함평만에서 낙지와 숭어, 병치 등을 잡아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1시께 서남쪽에서 휘몰아친 돌풍 탓에 1~3t급 복합자망 어선 20척 중 11척이 깨지는 등 5억여원(어민 추산)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파손상태는 전파가 5척, 70% 손상 4척, 반파 2척 등이었다. 마을 앞 갯벌에 정박해둔 배들은 회오리바람으로 높은 파도가 치고 작은 해일이 일면서 둑에 그대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어선들은 추진기가 망가지고 선체가 깨어지는 등 심하게 손상됐다. 이 가운데 2t짜리 어선 한척은 파도에 떠밀려 5m 높이의 둑 위까지 솟구쳤다가 내리꽂히며 뒤집히는 바람에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파손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깨진 일부 어선들을 둑에 올려놓고 일부는 마을로 옮겼지만 워낙 손상이 심한 터라 수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피해 이후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조업은 커녕 수리도 못 한 채 손을 놓고 있다.
이장 강평원(58)씨는 “1.4t급 해성1호의 130마력짜리 추진기가 고장나는 등 개인적으로 25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 배가 한두척뿐인 마을도 버젓한 선착장을 갖고 있는데 우린 힘도 없고 빽도 없어 이런가 보다 하고 짐작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 이 마을에 접안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설계를 하고 있다. 1억5000만원을 들여 사업을 준비하는 중에 공교롭게도 돌풍 피해가 발생했다. 군 쪽은 “피해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갔다. 당시 기상특보가 내려지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선 선박파손이 없어 재난피해로 인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복구를 지원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