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제작사 아저씨, 채소농사 아저씨.
사드투쟁위 이끌던 평범한 주민 4명
보수 독식 맞서 민주당·무소속 나서
이강태 청년위원장, 성주군수 도전
이재동·김상화·김미영씨 군의원에
9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전통시장 교육감에서 이강태·이재동·김미영·김상화씨(왼쪽부터)가 6·13 지방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안녕하세요. 성주군 ‘다’선거구 군의원에 출마하는 김미영입니다.”
8일 오전 11시께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전통시장 교육관에서 ‘빵집 아줌마’ 김미영(38)씨가 앞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주민 40여명은 그에게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성주 벽진초·벽진중·성주여고를 나온 그는 서울과 경기 수원에서 일하다가 결혼했다. 이후 2014년 7월 고향인 성주로 돌아와 남편 방민주(39)씨와 아이를 키우며 성주전통시장에서 참외찐빵을 파는 가게 ‘웃음 가득 찬 별동네 빵야’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6년 7월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배치된다는 발표가 나자 사드 배치 반대에 앞장서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주에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군민을 길거리에 나오게 한 성주군에 화가 났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생각만 하면 바뀌지 않을 것 같았고, 누군가는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주의 희망, 여러분과 함께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준비한 6·13 지방선거 ‘출마의 변’을 읽었다. 지금까지 성주에선 그 어떤 선거에서도 여성이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적이 없다.
이날 김미영씨 옆에는 이강태(43), 이재동(50), 김상화(38)씨가 서 있었다. 빵집 아줌마, 농기계 제작사 아저씨, 참외농사 아저씨, 채소농사 아저씨.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이들에겐 닮은점이 있다. 지역에서 일어난 큰 이슈에 서로 힘을 모았고 ‘풀뿌리민주주의’라 불리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낸 점에서다.
이강태씨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성주군수 선거, 이재동(무소속)·김상화(민주당)·김미영(민주당)씨는 성주군의원 선거에 나간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에서 이강태씨는 청년위원장, 이재동씨는 부위원장, 김상화씨는 대외협력위원장, 김미영씨는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성주에서 20년째 참외농사를 짓는 이재동씨는 “눈치 보지 않는 당당한 주민의 삶, 여유로운 생활, 오늘 출마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성주에서 10년째 채소농사를 하는 김상화씨는 “자유한국당이 독식한 지방의회는 견제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지방의회의 변화를 위해 누군가가 나서야 하며, 지방의회는 견제와 균형으로 긴장감이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성주에서 3대째 농기계 제작사를 하는 이강태씨는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몸을 바치신 수 백 명의 성주지역 독립운동가 분들을 기억한다. 그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성주가 되도록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입니다. 이제 성주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으라차차! 세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성주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 성주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이들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주 군민과 함께 우리 출마합니다’라는 제목의 출마선언문을 읽었다.
성주에서 이렇게 젊은 주민이 함께 출마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 23년 역사에서 개혁·진보정당 후보가 성주에 나온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성주에는 4회 지방선거(2006년) 때 열린우리당 후보 3명이 성주군수와 성주군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이들은 7.78~13.39%를 얻는데 그쳐 모두 낙선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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