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수학문화관이 14일 경남 창원에 문을 열었다. 수학문화관 2층 입구 모습. 필즈상 메달의 대형 모형과 독일 수학자 칸토어의 명언이 관람객을 맞는다.
‘수학으로 여는 행복한 세상’.
경남수학문화관 현관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학창시절 사실상 수학 포기자였던 기자에게 ‘뒤늦게나마 수학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기대는 곧 사라졌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자전거가 굴러간 거리를 계산하는 수식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멈춰 서서 한참을 봤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수학 포기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층 입구에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메달의 대형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에는 독일 수학자 칸토어의 명언 ‘수학의 본질은 자유로움에 있다’가 쓰여 있었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3층에 올라갔더니 여러 개 방이 있는데, 첫번째 방 이름이 ‘수학클리닉실’이다. 수학 포기자 학생들에게 다시 수학을 시작하도록 상담해 주는 곳이란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이네’라고 생각하며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서 되돌아 나왔다. 햇살을 가리는 창문 블라인드에까지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로 함수를 설명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병 주고 약 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문화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 모습. 자전거의 굴러간 거리를 계산하는 수식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경은 교육연구사는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부담 없이 그냥 즐기세요”라며 기자를 격려했다. 그는 “수학교사들이 교육연구사로 파견돼 있지만, 학생들에게 다가가 먼저 설명해주지 않고, 학생이 궁금해서 질문할 때에만 설명해줄 계획이다. 이해하는 것보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월14일 ‘파이(π)의 날’을 맞아 국내 첫 수학문화관이 경남 창원시 창원중앙중학교 안에 문을 열었다. 지상 3층 시설로, 모든 전시물과 놀이기구를 살펴보려면 하루 온종일 시간을 써도 부족할 정도이다.
1층은 수학어드벤처관과 수북(數Book)카페로 이뤄져 있다. 수학어드벤처관에는 쌍곡선터널, 진공퍼즐기, 뫼비우스 정글짐, 사각바퀴 자전거 등 수학이론을 활용한 놀이기구들이 가득하다. 수북카페에는 <소학산술>, <보통교과 산술서> 등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수학교과서들이 전시돼 있다.
2층 체험탐구관은 수학을 느끼고, 발견하고, 즐기고, 미래 가능성을 엿보는 것까지 모두 4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수학이론을 현실로 구현한 놀이기구 55종이 갖춰져 있다.
3층은 소프트웨어 교육체험실, 수학클리닉실, 수학상상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수학문화관 방문객은 이곳에서 반드시 1시간 동안 체험수학 수업을 해야 한다.
수학문화관 수학클리닉실 창문의 블라인드 모습. 수학클리닉실은 수학 포기자 학생들에게 다시 수학을 시작하도록 상담해주는 곳이다.
수학문화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데, 다음달까지는 화~금요일, 5월부터는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문을 연다. 누리집(gnmc.gnse.kr)이나 전화(055-713-2358)로 관람예약을 할 수도 있다.
수학문화관 개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정인수 경남도교육청 장학사는 “수학을 사고의 학문에서 체험·탐구의 학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수학문화관을 꾸몄다. 이를 통해 수학은 재미없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문교수로 수학문화관 개설에 참여한 이학선 경남대 교수는 “수학문화관의 모든 수학교구는 수학이론을 현실로 구현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의 중요성과 현실에서 수학의 확대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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