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3선 도전 뜻을 밝힌 이시종 충북지사. 이 지사는 20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참이다.충북도 제공
‘내전’이 ‘조기 등판’을 불렀다.
충북지사 선거전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에 일찌감치 뛰어든 더불어민주당 오제세(69) 의원이 충북 도정을 공격하며 경선을 요구하자 이시종(71) 충북지사가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이 지사 쪽은 20일 3선 출마 선언을 계획하고, 출마 선언문을 다듬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 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민선 6기(6·4지방선거) 때는 선거 26일 전인 지난 2014년 5월8일 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번엔 선거 85일 전에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 이 지사 쪽 관계자는 “민선 6기 때는 당내 경쟁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지사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고 민선 7기의 새 비전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19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충북지사 선거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이 지사의 조기 출사는 오롯이 ‘오제세 효과’ 때문이다. 오 의원은 지난 1월 출마 선언을 한 뒤 이 지사를 줄곧 공격하며 경선을 요구했다. 오 의원은 19일 충북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주권 시대에 전략공천은 안 된다. 경선해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오 의원은 “제천 화재 참사 1차 책임은 이 지사에게 있다”(3월9일 제천 방문 때),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은 폐지해야 한다”(3월6일 충북도 기자간담회) 등 ‘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 지사를 몰아붙였다.
현직인 이 지사는 ‘어·지·종’(어차피 지사는 이시종) 자세로 오 의원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사 쪽 표현대로 ‘도를 넘자’ 조기 등판을 택했다.
이 지사가 선거 전에 공식적으로 나서면서 본선보다 재미있는 경선판이 짜졌다. 이 지사는 민선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재선 등 각종 선거에 7차례 나서 모두 승리했다. 오 의원도 청주에서만 4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모두 금배지를 다는 등 4전 4승의 선거 신화를 자랑한다.
한국당 박경국 후보가 19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와 오제세 의원의 출마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윤주 기자
야당 쪽은 오히려 둘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략공천으로 공천장을 쥔 박경국(60·전 충북 부지사) 후보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사실상 캠프를 차리고 있는 마당이어서 현직 프리미엄을 버리고 당당하게 선거에 나서야 한다. 다만 국회의원 4선 동안 청주를 위해 별로 한 게 없는 오 의원이 이 지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둘을 싸잡아 공격했다.
바른미래 신용한 후보가 19일 충북도청에서 국회 분원 오송 유치 공약을 발표하고, 국회 분원 세종시 설치 지지를 한 이시종 충북지사를 공격했다. 오윤주 기자
바른미래당 ‘인재 영입 1호’ 신용한(49·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후보는 이날 ‘국회 분원 오송 유치’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 지사는 단순한 이벤트 행사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을 추진할 것인지 답하라”고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신 후보는 지난 1월 한국당 후보로 충북지사 선거에 나섰지만, 지난 5일 탈당한 뒤 바른미래로 말을 갈아탔다.
이에 따라 충북지사 선거는 둘 다 관록을 자랑하는 민주당 경선 승리 후보와 세대교체를 내세운 박, 신 후보 등이 3파전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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