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앙농협 근처에 농협중앙회 점포 신설…중앙농협 조합장 단식투쟁
농협중앙회와 지역(단위)농협이 같은 영업구역 안의 점포 신설을 싸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울산본부는 경쟁 은행들이 남구 무거동 울산대 근처에 잇따라 들어서는 것에 발맞춰 다음달 울산대 정문 근처의 한 건물 1층 100평을 임대해 직원 10명이 상주하는 문수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새 점포가 들어서는 곳은 지역농협인 중앙농협 본점과 울산과학대학 정문 맞은 편에 있는 중앙농협 무거지점 사이에 도로를 따라 각각 6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농협은 “인구가 더 늘지 않고 있는 같은 상권 안에 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3개나 들어서면 경쟁력이 약한 지역농협의 도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박임혁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울산본부 옆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조합원들도 농협중앙회 울산본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3년 전 중앙농협 달동지점 앞에 점포를 개설하면서 무거동엔 새 점포를 내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최근 울산대 안에 점포를 개설하려다 경남은행에 밀려 무산되자 지역농협의 영업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울산본부 관계자는 “중앙농협도 이미 지난달 농협중앙회 옥교동 점포에서 직선 거리로 300여m 떨어진 곳에 강변지점을 개설했다”며 “이번에는 중앙농협이 양보할 차례”라고 반박했다.
지역 금융계 관계자는 “점포 개설을 싸고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는 있지만 단식농성까지 벌이기는 이례적”이라며 “외환위기 때 점포 퇴출을 경험한 지역농협이 또다시 구조조정을 당할 것을 우려해 보이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