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제70주년을 맞는 오는 4월3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된다. 전국적으로 지방공휴일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지난 1월 지방자치법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아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0일 오후 제주도의회가 4·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재의결하자 입장문을 내고 “도의회의 재의결을 제주도민의 뜻으로 존중해 수용하겠다. 재의결된 조례안이 제주도로 이송되면 즉시 공포하고, 4·3 지방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도의회의 조례 재의결에 대해 정부가 대법원에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주도는 조례에 따라 지방공휴일 시행에 따른 향후 일정을 적극 추진하겠다. 지방공휴일 지정 및 시행에 따른 도민 혼선과 불편이 없도록 별도의 행정복무규정을 마련해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이날 제35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재의요구하고,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고충홍 도의회 의장은 본회의 폐회사를 통해 “비록 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그 벽을 넘어 도민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서 조례 공포를 처리해달라. 그래야 정부가 4·3을 달리 보게 될 것이다. 특히 70주년을 맞는 제주4·3희생자추념일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들고, 제주4·3의 전국화와 세계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례안은 4·3희생자추념일인 매년 4월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제주도 본청과 하부 행정기관,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도 합의제 행정기관 등이 대상이다.
자치단체가 지방공휴일을 지정한 것은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4·3문제의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로서도 이 조례안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도의회가 이 조례를 통과시키자, 인사혁신처는 지난 1월8일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주도에 보냈다. 정부는 이 조례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휴일 지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의 근거를 둬야 하는데 해당 법령 등에는 지자체가 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지 않아 지자체가 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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