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모임 발족식
동성애자 10여명 ‘대구·경북 인권모임’ 꾸려
온라인 카페 활동…세미나·영화제 등 계획
“성년의 날에 용기를 내 엄마한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평소에 개방적이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갑자기 돌변해 동생에게 ‘오늘 부터 네가 맏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여성인 ‘시우’(가명)는 “커밍 아웃을 한 뒤 가족한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닭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홍단’(가명·20대 여성)은 “5년 동안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혐오스럽다며 피해 다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에이즈에 걸린다, 손만 잡아라는 등의 말을 들을 때 마다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저녁 7시쯤 대구시 중구 공평동 한국인권행동 사무실에서 동성애자 10여명이 모여 ‘대구·경북 성소수자 인권모임’을 꾸렸다. (사진) 대표로 뽑힌 20대 여성 대학생 ‘모노’는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노도 “10년동안 사이좋게 지낸 친구를 믿고 커밍아웃을 했지만 정신병원에 가서 약물치료라도 받아보자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홍단은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미쳤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라며 “내가 좋고 행복해서 하는 일을 주변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할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인권행동 임태훈 운영위원은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가면, 부모들이 ‘그래도 내자식이라’며 옥바라지를 해주지만 커밍 아웃을 하면 즉시 부모한테도 버림받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도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이,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성소수자 모임이 어떤 난관이 있어도 주저앉지 말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경북 성소수자 모임은 앞으로 온라인 카페에서 주로 활동을 하며 동성애자들이 인권침해 등 피해를 당했을 때는 대구 도심지 동성로나 대학 정문 앞 등지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또 설문조사, 영화제, 공개 세미나 등도 계획중이다. 대구·경북 성소수자 모임에는 현재 3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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