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여성 근대화가인 나혜석 모습. 수원시 제공
조선 최초의 여성 근대화가인 나혜석(1896~1948)은 독립운동가인가?
경기도 수원박물관이 23일 ‘경기도 독립운동 인물 발굴사업 결과 보고회’를 열어, 수원지역 독립운동가 113명을 발굴하고 이 중 의병활동을 한 안춘경(1878~?) 등 32명에 대해 국가 서훈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원시 산하의 수원박물관은 내년 3·1 운동 100돌을 앞두고 미발굴된 독립운동가 확인 작업을 후손이나 개인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수원시정연구원 등과 함께 지역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을 해왔다.
박물관 쪽은 이를 위해 초기 조사 대상자로 수원 출신의 여성 근대화가인 나혜석을 포함해 모두 200여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1910년대 나혜석이 미술 유학을 떠난 도쿄는 1919년 3·1 독립선언의 도화선이 됐던 2·8 독립선언이 벌어졌던 곳이다. 일본에서 귀국한 나혜석은 같은 해 3월 벌어진 이화학당 만세 사건에 참여한 혐의로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와 황애시덕과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나혜석은 그러나 당시 일본 재판 기록상 만세를 부른 것이 입증되지 않아 5개월 만에 면소 방면됐다.
박물관 쪽은 나혜석이 3·1 운동에 관여된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후 행적에는 논란이 많았다고 밝혔다.
나혜석은 3·1 운동 다음 해 당시 외교관이던 김우영과 결혼했고 중국 단둥 부영사로 발령난 남편과 함께 단둥으로 가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김우영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또 나혜석이 조선총독부가 창설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하는 등 작가 활동 경력에 대해서도 친일 논란이 제기되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수원박물관 이동근 학예사는 “독립유공자 추천은 추론이나 추정이 아니라 독립운동에 참여한 활동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데 나혜석의 경우 현재로서는 객관적 사실을 확정 짓기가 어려워 독립운동가에서 뺐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나혜석에 대한 독립운동가 심사에서 2차례 부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수원시는 이날 수원군에서 의병활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안춘경(1878~?) 등 미발굴 독립운동가 32명의 공적을 발표하고 이들을 먼저 서훈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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