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군산공장 부근 도로에서 공장 폐쇄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제공
한달 새 한국지엠(GM·제너럴모터스)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4일 오후 4시55분께 전북 군산시 미룡동 한 아파트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노동자 고아무개(4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씨는 사흘째 연락이 되지 않자 집을 찾아온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씨는 1996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입사해 22년 동안 일해왔다. 현재는 조립의장부 엔진라인 소속이다. 지난 2일 희망퇴직을 신청해 닷새 뒤 회사의 승인 통보를 받고 5월쯤 퇴사할 예정이었다.
군산경찰서는 정확한 사망 경위와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씨 휴대전화의 잠금장치를 열어 죽음의 원인을 밝힐 실마리가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는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지엠 노동자들이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여파가 죽음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인천시 한 공원에서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 이아무개(5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씨는 이날 오후 3시15분께 회사 쪽으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자로 승인됐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씨가 갖고 있던 가방 안에는 빨랫줄이 가득 들어 있었지만,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13일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해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2일까지 부평·군산·창원·보령 등 공장 4곳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기간에 노동자 1만6000여명 중 2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회사는 오는 5월쯤 이들을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으로 퇴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안관옥 최하얀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