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660호 임란첩보서목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임진왜란 때 호남 사람들은 어떤 공을 세우고 어떤 화를 입었나?
국립나주박물관은 27일부터 5월20일까지 전남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박물관 1층에서 ‘호남의 임진왜란, 그 승리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펼친다. 나주 출신 최희량(1560-1651)이 당시 통제사 이순신 장군에게 올린 보고서 <임란첩보서목>을 중심으로 7년 전쟁에 휘말렸던 호남 사람의 정의감과 생활상을 보여준다. 임진왜란과 관련한 문화재 150여 점을 모아 전시한다.
무숙공 최희량 장군은 전라도 나주목 초동리(현재 다시면 가흥리)에서 태어나 34살 때 무과에 급제한 뒤 정유재란 때 흥양 현감으로 활약했다. 그는 당시 최전선이었던 흥양현(고흥)에서 왜군의 파상 공격을 잘 막아냈다. 특히 순천왜성에 근거를 두고 남해안 서부지역으로 진출하려 했던 고니시 유키나가에 맞서 많은 전공을 세웠다. 또 지역에서 전투선과 무기를 제작해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데 기여했다.
그가 쓴 임란첩보서목에는 흥양 일대 전황을 비롯해 전투에서 얻은 적군의 수급(머리)과 군진에서 새로 만든 무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또 이순신 장군이 붓으로 쓴 글씨와 수결(서명)이 담겨 있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물 660호로 지정됐다.
당시 화포로 쓰인 현자총통(보물 885호·진주박물관 소장)과 포탄의 일종인 비격진천뢰, <수군조련도> 등도 선을 보인다. 수군조련도에는 거북선 2척을 비롯해 지역별로 소집된 판옥선들이 저마다 깃발을 내걸고 해상에서 군진을 만들어 연합훈련을 하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묘사됐다.
호남 사람들은 나주·고흥 등 곳곳에서 왜군에 맞서 의병을 일으켰고, 전란에 휘말려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런 참담한 생활상을 담은 문화재도 여럿 선을 보인다.
이효종 나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라도 정명 1000년을 맞아 나라의 위기에 분연히 일어선 호남 사람들의 의기를 보여주는 기록과 유물을 되새겨보는 전시를 마련했다. 6월에는 최희량 장군의 무대였던 고흥지역에서 2차 전시를 펼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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