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뒷마당에 마련된 고 윤이상 선생 묘소. 통영국제음악재단은 30일 추모식 직전까지 묘소 보호를 위해 봉분을 대신하는 너럭바위를 검은색 천으로 덮어두고 있다.
세계적 음악가인 고 윤이상 선생이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경남 통영 바닷가 언덕에 새 안식처를 마련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뒷마당에 마련한 윤이상 선생 묘소에서 30일 오후 2시 ‘통영시민과 함께 하는 윤이상 선생 이장 및 추모식’을 연다”고 밝혔다. 추모식은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30일에 맞춰 열지만, 윤 선생의 유골은 이미 지난 20일 묘소에 안장됐다.
윤 선생의 묘소는 통영국제음악당 뒷마당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언덕 위에 98㎡ 규모로 마련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어달라”던 윤 선생의 뜻에 따라,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면서 몽돌해변에 파도 부딪히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덤은 가로 1m, 세로 70㎝, 높이 50㎝ 크기의 너럭바위가 봉분을 대신하는 형태로 조성됐다. 너럭바위 옆에는 해송과 향나무가 1그루씩 심어졌다. 너럭바위에는 ‘진흙탕 속에서도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의 ‘처염상정’(處染常淨) 네 글자가 설정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글씨로 새겨졌다. 또 윤 선생의 한글(윤이상)·영어(ISANG YUN) 이름과 생몰연도(1917~1995)가 새겨졌다.
윤이상 선생 묘소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윤 선생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어달라”고 했었다.
추모식에서는 김동진 통영시장 등이 추념사를 하고, 윤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통영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은 윤 선생이 작곡한 ‘등댓불’ ‘잊어버린 노래’ 등 동요 2곡을 부른다. 통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주변 등 통영 거리 곳곳 가로수에 나비 모양의 하늘색 리본을 달고, 윤 선생 귀환을 환영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통영국제음악당 들머리에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하는 등 윤 선생 유골 이장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어, 통영경찰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통영국제음악당 안팎에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 28일엔 누군가가 너럭바위를 밟아서 더럽히기도 해서,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추모식 직전까지 검은색 천으로 너럭바위를 덮어서 보호하고 있다.
윤 선생의 딸 윤정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독일에 혼자 쓸쓸히 계시도록 해서, 해마다 한두번 독일에 가서 뵐 때마다 너무 죄송했다. 이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모시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본부장은 “훼손 예방 차원에서 묘소 주변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했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다음달 20일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윤 선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이상 선생 무덤의 봉분을 대신하는 너럭바위. ‘진흙탕 속에서도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의 ‘처염상정’(處染常淨) 네 글자가 새겨졌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윤이상 선생은 독일을 근거지로 음악 활동을 펼치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2년간 징역을 살았고, 1969년 쫓겨나다시피 독일로 돌아간 이후 결국 한국에 다시 발을 딛지 못한 채 1995년 눈을 감았다. 그의 유골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혀있었는데, 지난해 윤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으로의 귀국이 추진됐고, 지난달 2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통영/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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