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에서 25t 트럭이 도로 위 개를 구조하려고 길가에 주차한 소방펌프 차량을 추돌하면서 여성 소방관 1명과 다음달 임용 예정인 여성 소방관 실습생 2명 등 3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로 종잇장처럼 구겨진 소방펌프 차량 모습. 아산/연합뉴스
도로 위 유기견을 구조하다 소방관과 소방관 실습생 등 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30일 오전 9시46분께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 신법교 인근에서 25t 화물차(운전자 허아무개씨·62)가 유기견 구조를 위해 도로변에 서 있던 아산소방서 둔포119안전센터 소속 301호 펌프차량(운전자 이아무개 소방사·26)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펌프카가 앞으로 80여m 밀리면서 도로에 있던 소방관들을 덮쳐 김아무개(29·여) 소방교와 소방관 실습생 김아무개(30·여)씨, 문아무개(23·여)씨 등 3명이 숨지고 이아무개 소방사와 화물차 운전자 허씨가 다쳤다.
숨진 김 소방교 등은 “개가 도로 위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실습생 김씨와 문씨는 지난해 제80기 소방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12월16일부터 충남 천안 충청소방학교에서 12주 교육을 받고 지난 19일 아산소방서에 실습 배치됐다. 이들은 4월13일까지 현장 실습을 마치고, 16일 소방관 발령을 받을 예정이었다.
5년차 소방관인 김 소방교는 부부 소방관이다. 지난해 9월 결혼했고, 남편은 천안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30일 오전 9시46분께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에서 화물차(왼쪽)가 소방차(오른쪽)를 추돌해 동물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소방실습생 등 3명이 숨졌다. 아산소방서 제공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숨진) 세 분 다 여성이다. 서른 살, 스물아홉 살, 스물세 살이다. 인생의 봄날이었기에 슬픔은 더 가눌 길이 없다”며 “세 분의 헌신 잊지 않겠다. 세 분의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세 분을 대신해 국가가 유족과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려던 전국소방지휘관회의를 취소하고 사고 수습에 나서 아산 온양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아산 이순신체육관 빙상경기장엔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이날 오후 온양장례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소방관 실습생 김아무개씨의 어머니는 빈소 앞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소방관 될 일만 남았는데, 이렇게 억울하게 죽을 수가 있냐”고 오열했다. 실습생 문아무개씨의 아버지도 영정 앞에서 두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면서 “어떻게,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를 조사하는 아산경찰서는 “소방관들이 편도 3차선 도로변에 소방차를 세우고 유기견이 있는지 살피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 운전자 허씨는 혈액검사 결과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송인걸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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