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제70주년 광주지역위원회는 2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광주민예총 제공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아픔을 공유한 여수와 광주에서도 제주4·3을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전남 여수의 시민단체들은 2일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에 제주4·3과 여순사건 70주기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분향소는 5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여수는 제주4·3을 진압하라는 출동명령을 거부했던 14연대 주둔지여서 4·3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분향소의 제단에는 한라산 그림을 영정처럼 가운데 두고 제주4·3 희생자 신위와 여순사건 희생자 신위를 나란히 모셨다. 주변에는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문구와 4·3의 발발 배경과 전개 과정을 담은 패널이 놓였다. 여순사건 여수유족회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4·3 민간인 피해자를 위로하는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여수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3일 저녁 7시 이순신광장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펼친다. 희생자들을 진혼하는 살풀이로 개막해 ‘내 영혼 바람 되어’ 등 추모곡을 국악·민요·성악 등으로 들려준다.
이중현 여수민예총 사무처장은 “뼈아픈 역사가 발발한 지 70년이 지났다. 아직도 ‘사건’ ‘항쟁’ ‘학살’ 등으로 불리는 4·3과 여순이 제대로 정리되어 명칭이 통일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에 설치된 4·3분향소 여수민예총 제공
아픈 역사를 치유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광주에서도 숙연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다. 제주4·3 제70주년 광주지역위원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4·3과 5·18은 정의로운 진실규명과 치유, 역사적 자리매김과 전국화 세계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4·3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붉은 리본에 추모글을 새겨 매달고, 희생자의 안식과 제주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헌화를 할 수 있다.
광주민예총은 4일 오후 4시 5·18민주광장에서 ‘지슬(감자)과 주먹밥’이라는 주제로 추모문화제를 연다. 시민들은 제주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가며 4·3의 진실을 알리는 ‘동백꽃 라이딩 팀’이 광주에 도착한 때에 맞춰 4·3과 5·18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하는 공연을 펼친다.
여수·광주에서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4·3국민문화제에도 평화버스를 보내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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