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경남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 설치한 분향소가 4일 새벽 조아무개씨에 의해 완전히 부서졌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4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정우상가 앞 인도에 있던 ‘제주 4·3 70주년 경남 창원분향소’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조아무개(48)씨를 입건했다.
조씨는 이날 새벽 4시께 경남 창원시 의창구 정우상가 앞 인도에 설치돼 있던 분향소를 부수고,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경남경찰청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날 오후 3시께 정우상가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조씨는 무직이고, 정해진 주거지가 없으며, 가족과 연락도 닿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분향소를 부순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해명 없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경남위원회’는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간이천막과 국화 헌화대, 책상, 의자 등을 갖추고 있었다. 위원회는 5일까지 사흘 동안 분향소를 운영하며, 추모음악회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4일 새벽 4시께부터 20여분 동안 조씨가 분향소를 부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일그러졌다. 분향소를 설치·운영하던 경남위원회 관계자들은 3일 밤 10시께 모두 퇴근했고,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던 시간엔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4일 오전 현장 확인 결과, 분향소 간이천막은 군데군데 찢겼고, 헌화대와 책상은 부서졌으며, 국화와 의자는 흩어져서 나뒹굴고 있었다. 찢어진 천막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경남경찰청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낙서도 적혀 있었다.
경남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예비후보는 4일 아침 8시40분께 분향소가 부서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창원시청 부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아침 8시35분께 창원시청 인근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갔더니, 분향소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서진 분향소를 보는 순간 너무도 참담하고 분했다. 출근시간이라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남위원회는 애초 계획대로 5일까지 분향소를 부서진 상태로 그대로 두고, 추모음악회도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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