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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나이순 아니잖아요” 27살 청년·31살 직장인의 출사표

등록 2018-04-05 15:09수정 2018-04-05 20:40

4년 전 지방선거 당선인 중 20대 0.2%, 30대 2.8% 뿐
당선의 높은 벽에도…“사회를 바꾸자”며 출마하는 2030
“거대 정당들 청년 정치인 키우고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해야”
5일 오전 경북 포항 중앙상가 ‘카페 1944’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솔(27)씨가 가게 영업 준비를 하며 웃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5일 오전 경북 포항 중앙상가 ‘카페 1944’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솔(27)씨가 가게 영업 준비를 하며 웃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저는 포항에서 살아야 할 날이 훨씬 더 많아요. 청년이 살기 힘든 현실에 대해 한숨만 쉬고 있기보다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경북 포항 중앙상가에서 ‘카페 1944’를 운영하는 이솔(27)씨는 6·13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포항시 제3선거구(중앙·죽도·두호·환여동)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날은 그의 스물일곱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출마하며 정당은 정의당으로 선택했다. 정의당이 청년을, 일하는 사람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 문덕초·대동중·두호고를 졸업했다. 2010년 3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다. 2011년 3월~2013년 2월 군대에 다녀왔다. 서서히 먹고 사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포항에서 직장을 구해 자리를 잡아 살려고 했지만 쇠락해가는 지역 중소도시 중 하나인 포항에는 일할 곳이 별로 없었다. 가족, 친구들 곁을 떠나 서울과 충남 서산을 전전하며 공장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가족과 친구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외로웠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도망치듯 포항에 내려왔다. 포항터미널에 발을 내딛자 포항의 짠 바다 냄새가 밀려왔다. 그는 그때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 포항에 평생 터를 꾸려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4년부터 포항에서 버스킹 밴드인 ‘버스킹특공대’ 멤버로 활동했다. 2016년부터는 지금의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포항은 나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골목 하나 거리 하나에 추억이 깃든 도시에요. 저는 이 곳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좋은 삶을 꾸리고 싶어요. 내 친구들이 포항에서 걱정 없이 터를 잡고 살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오랜 고민을 하다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정치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박재균·윤민섭·김양욱(사진 왼쪽부터) 예비후보가 지난달 27일 오전 춘천시청 열린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을 떠나 6월 지방선거에서 30대 청년후보로서 정책연대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박재균·윤민섭·김양욱(사진 왼쪽부터) 예비후보가 지난달 27일 오전 춘천시청 열린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을 떠나 6월 지방선거에서 30대 청년후보로서 정책연대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정당·관심사가 달라도 우리는 청년의 관점에서 춘천시정을 고민하는 청년후보입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열린공간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재균(37·춘천 가선거구)·김양욱(31·춘천 마선거구) 예비후보와 정의당 윤민섭(38·춘천 다선거구) 예비후보가 나란히 섰다. 이 청년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의 관점에서 시정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해 춘천을 변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청년들이 취업난과 생활 불안정 등을 겪지 않도록 함께 청년정책을 개발하고 시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30대지만 관심 분야나 살아온 길은 각자 다르다. 박 예비후보는 춘천을 대표하는 청년 창업가 중 하나로 아이티(IT)기업인 ㈜스프링윅스 대표와 강원대 겸임교수 등을 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춘천에 본사를 둔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인 삼양에코너지의 해외사업본부장과 민주평통 춘천시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 예비후보는 강원대 총학생회장 출신인데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정책특보와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이다.

“그동안 춘천시의회는 춘천의 평균 연령보다 높은 연령대의 시의원들로 구성됐어요.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시의회에 30대 시의원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것 아닐까요?” 김양욱 예비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꿔보자며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든 청년들의 이런 도전은 그들의 팍팍한 현실 만큼이나 험난하다. 4년 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모두 7847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20대와 30대는 각각 0.8%(60명)와 5.0%(398명) 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당선인은 모두 3467명이었는데 20대는 7명(0.2%), 30대는 98명(2.8%) 뿐이었다. 반면 50대 당선인은 1840명으로 전체 당선인의 53.1%를 차지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이라는 높은 벽 때문에 20대와 30대 청년 출마자는 매우 드물다.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5일까지 선관위에 6·1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자는 모두 7416명이다. 이 중 20대는 78명(1.1%), 30대는 351명(4.7%)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광역·기초단체장 예비후보는 전국을 통틀어 20대 1명, 30대 12명에 불과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청주청년회, 녹색당 충북도당 등 시민단체·정당 등 10여곳의 청년단체가 만든 충북청년정책연대는 지난달 20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는 권력의 약자로 전락한 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창구가 부족하다. 정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할 때 청년을 1, 2번에 할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주요 정당에 청년 공천 계획 등을 담은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건희(28)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진보정당들은 청년 출마자에 대한 지원도 많이 해주고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시스템이 있는데 한국당이나 민주당 같은 거대 정당들은 말로만 ‘청년 공천’ 등을 이야기하고 정작 청년 출마자를 위한 활동 기반이나 지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청년들의 문제가 점점 사회 문제가 돼가고 있는 만큼 거대 정당들도 청년 정치인들을 키우고 그들이 당선돼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박수혁 오윤주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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