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0년 7월 일몰(실효)되는 도시공원 가운데 사유지 40.3㎢를 모두 매입하기로 했다. 1차로 1조6천억원, 전체 13조7천억원이라는 큰돈이 드는 일이지만, 도시공원 문제 해결에서 혁명적인 일로 평가된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5일 서울시는 2020년 7월 도시공원에서 풀리는 95.6㎢(여의도의 33배) 가운데 사유지 40.3㎢(여의도의 14배)를 모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유지를 보상하려면 감정가로 13조7122억원이 든다. 지방정부가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사유지 전체를 사들이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서울시가 사들이는 도시공원 안 사유지는 내사산(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4개의 산)인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 외사산인 관악산·북한산(국립공원 외 지역) 등에 모두 산재해 있다.
대전과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엄청난 사유지 매입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유지의 일부를 개발할 수 있게 풀어주고 나머지 사유지를 기부받는 방식으로 도시공원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공원 안의 개발을 허용해 공원을 포기하는 일이어서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도 모두 14조원에 이르는 이 비용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020년 6월까지 1조6천억원을 1차로 투입해 우선 보상지 2.33㎢(여의도의 80%)를 매입한다. 우선 보상지는 △소유자가 매수를 청구한 ‘대지’ △소송에서 져서 보상해야 하는 곳 △개발 압력이 높은 곳 △공원 조성 효과가 높은 곳 등이다. 서울시는 1차 보상비를 시 예산 3천억원과 지방채 1조3천억원으로 마련한다.
나머지 사유지는 일몰이 시작된 뒤인 2021년부터 1단계 공원 연결 토지, 2단계 공원 정형화에 필요한 토지, 3단계 그밖의 토지 순서로 보상한다. 그러나 전체 보상비가 12조1천억원(우선 보상금 1조6천억원 제외)에 이르러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시는 전체 비용의 50%는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머지는 각종 개발 사업의 이익을 현금으로 기부받아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도시공원 일몰 전에 모든 사유지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통해 이들 토지를 도시공원으로 계속 유지한다. 기존에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있던 이들 토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도시공원과 달리 토지의 사적인 이용이 일부 허용된다. 따라서 삼림욕장이나 체험숲, 사무실, 창고, 주택, 생활편의시설 등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사유지 보상비 50%와 함께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서 국공유지를 제외할 것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때 소유자의 재산세를 50% 감면해줄 것 등을 건의했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땅 중 이번에 도시공원에서 풀리는 면적은 전국의 도시공원 942㎢(여의도의 325배) 중 46%인 433.4㎢(여의도의 149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유지를 모두 보상하는 데는 공시가로 50조원, 감정가로는 그 2~3배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용기있는 결정으로 다른 지방정부들이 모두 따라야 할 모델이다. 단기적으로 ‘도시자연공원’으로 재지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매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민간공원특례 사업은 사실상 공원을 개발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것으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대전 광주/송인걸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