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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사건’을 둘러싼 공지영 작가-전주시 법적다툼 전말

등록 2018-04-06 11:12수정 2018-04-06 12:06

공 작가, 전주 관련 3건 소송
봉침 여목사와 전 신부 불법 등 의혹 제기
전주시 “비호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공지영 작가가 지난 3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임근 기자
공지영 작가가 지난 3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임근 기자
“존경하는 전주시민 여러분, 저는 전주시와 관련한 진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50대 중반인 저는 그동안 4번 고소·고발을 당했습니다. 전직 가톨릭 사제로 한 장애인 시설의 센터장 김아무개씨, 문제가 된 이 시설의 대표로서 봉침(벌침)으로 알려진 이아무개(여) 목사, 그리고 (이 보호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전주시와 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재판 중인 국정원 댓글 사건입니다. 3건이 모두 전주에 계시는 분이네요. 어찌 전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4월3일 전북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소설 <도가니> 등으로 유명한 공지영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 작가는 “이제 너무 지쳤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많이 힘들어 했다. 그는 “절대 혼자 다니지 마라” 등의 신변 위협까지 여러차례 받았다고 고백했다. 서울 출신으로 전주가 생소했을 그가 왜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 것일까?

지난해 10월30일 전주지법 앞에서 공지영 작가와 시민단체 회원 등이 사회적약자를 이용한 이아무개 목사 등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박임근 기자
지난해 10월30일 전주지법 앞에서 공지영 작가와 시민단체 회원 등이 사회적약자를 이용한 이아무개 목사 등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박임근 기자
■ 봉침 여목사의 장애인 시설 이 사건에는 이아무개(44·여) 목사와 김아무개(50) 전직 신부가 등장한다. 이른바 ‘봉침 여목사’로 불리는 이씨는 허위 경력증명서를 바탕으로 2010년 12월, 전주에 장애인 복지시설(ㅊ센터)을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2차례 짧은 기간 동안 시설운영을 쉬기도 하지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주시로부터 보조금 4억7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주변에 “미혼모로서 아이 5명을 입양해 홀로 키우고 있다”고 알리며 모금을 했다. 이 목사와 김 전 신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기부금·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17년 6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목사는 또 의료인 면허없이 직원 2명의 몸에 봉침을 시술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동학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자신이 입양한 아이 2명의 얼굴 등에 봉침을 놓고 도로 한복판에서 아이를 안고 눕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 시설이 검찰수사로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자, 전주지검은 2017년 6월 감독기관인 전주시에 허위경력서 등으로 인한 기소처분통지를 보냈다. 행정처분을 검토한 전주시는 2017년 10월 이 시설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전북도도 같은달 이씨가 대표로 있는 장애인 관련 협회에 대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말소했다. 그러자 이씨는 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지난 1월 이씨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전주시에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항고한 전주시는 “공익에 반하고, 본안소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 전직 사제와의 악연 공 작가는 김 전 신부와 악연이 있다. 김 전 신부는 간음을 해 십계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2015년 7월, 천주교 마산교구에서 면직됐다. 공 작가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가 천주교 교구에서 면직당했으니 후원하지 말라”는 뜻의 글을 올렸다. 이 일로 인해 김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공 작가는 2년 만인 2017년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신부 직을 잃은 뒤 이 목사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목사는 김 전 신부의 면직 사유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 등은 법정에서 “평생 봉사와 희생을 해왔고 좋은 곳에 사용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공 작가와 시민단체들은 “이 목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는 커녕 돈버는 도구로 삼아 후원금을 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목사가 수억원대 부동산과 건물 등을 사들인 점도 수상하다”며 자금 출처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지영 작가와 전주지역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24일 전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공지영 작가와 전주지역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24일 전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 검찰수사는 문제없나 자칭 ‘봉침 전문가’로 알려진 이씨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 등 전북 출신 유명 정치인을 비롯해 종교인·공무원·장애인 등의 성기에 봉침을 놓는 시술을 이용해 전북지역 일부 권력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를 통해 돈과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다.

공 작가는 지난해 9월 이 목사의 속행 공판이 끝난 뒤 “그동안 드러난 봉침 피해자가 많은 데 검찰이 문제삼은 사례는 단 1건이다. 추측이지만 검찰이 압수수색할 때 (이 목사) 컴퓨터에 있는 명단과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있을텐데, 왜 유독 봉침 사례만 특별히 축소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공 작가는 당시 “검찰의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외압의 근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송인택 전주지검장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수사에는 전혀 문제없다. 외압이 없었다”고 밝혔다. 송 검사장은 그동안 축소 기소 의혹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한 데 대해 “검찰은 수사와 재판 결과로 말한다. 정치공세나 추측성 의혹제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 사건에 의구심이 들면 검찰의 개혁조치로 만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논란 해소를 위해 지난 1월 발족했다.

하지만 여전히 봉침과 관련해 입길에 올랐던 정치인들은 속앓이만 할 뿐, 수사의뢰나 공개대응은 꺼리는 분위기다. 공 작가가 유명세가 있는데다, 현 정부 인사들과도 가까워 대응하다 공연히 구설에 올라 긁어부스럼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역에서는 보고 있다.

■ 전주시와는 끝까지 간다 공 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검찰수사 축소, 지역권력의 비호, 전주시 비호 등 3가지 의혹을 제기했으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전주시의 비호 의혹으로 이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나머지 검찰과 지역권력 의혹은 근거가 아직 없으므로 공식 사과한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2016년 4월 김승수 전주시장을 만나 봉침사건으로 논란이 불거진 사회복지시설(ㅊ센터)의 문제점을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김 시장은 ‘시설 설립 요건이 허위라면 당장 재검토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약속과는 달리, 시설 취소를 지연했고 되레 이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예산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논산시 등 공적기관으로부터 자격에 대한 사실확인을 받았고, 검찰의 기소처분통지(2017년 10월)를 받은 뒤, 법제처 질의 등 행정처분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느라 일정이 늦춰졌을 뿐, 비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 예산지원이 증가한 것은 해당 예산을 전주시가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지침을 받아서 편성하기 때문에 시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백순기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은 “공 작가가 의혹이 아닌 정확한 증거를 제시할 때는 공개토론에 응하겠다. 공 작가를 고발한 만큼 시시비비를 가려 전주시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앞서 3월29일 전주시는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문제의 이 장애인 복지시설에 특혜를 줬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전주시와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공 작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백순기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이 지난달 28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지영 작가가 문제의 장애인 복지시설에 행정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있다. 백 국장은 이날 공 작가를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 제공
백순기 전주시 복지환경국장이 지난달 28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지영 작가가 문제의 장애인 복지시설에 행정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있다. 백 국장은 이날 공 작가를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 제공
■ 지방선거 이슈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북지역 10명 국회의원 가운데 5명이 소속한 민주평화당은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봉침 여목사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은 또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한 장애인 보호시설 대표가 무면허로 벌침을 놨다는 이른바 ‘전주 봉침사건’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방조 의혹을 받는 전주시는 공 작가와 즉각 공개토론을 실시해 60만 전주시민 앞에 진실을 투명하게 밝혀라”고 강조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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