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만 골라 ‘취업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범죄에 이용된 통장의 돈을 옮겨야 한다’고 속여 8천여만원을 가로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절도 등의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의 24살 남성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중국계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금·송금책인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오후 9시30분께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한 호텔 객실 냉장고에 ㄱ아무개(24·여)씨가 넣어둔 937만원을 가져가는 등 이달 6일까지 8차례에 걸쳐 886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ㄱ씨 등 피해자 8명은 모두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여성들인데,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옮기지 않으면 전과가 생겨 취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겁을 먹고 생활비 등을 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받은 전화는 모두 중국에서 걸려온 것으로, 검찰청 직원을 사칭하며 돈을 가져다 놓을 장소를 지정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붙잡힌 남성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여권과 항공권을 받아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해, 건당 15만원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 가로챈 돈은 조직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24살의 취업준비생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어떻게 범죄 대상을 골랐는지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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