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 ‘덜덜이 수법’ 주의…미끼매물로 강매

허위 매물 내놓고 매수자 협박 강매
부천·인천 중고차 사기단 일당 검거
131명에 14억원 상당 강매 8명 구속

미끼매물로 중고차를 강매한 일당 5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중고차를 싸게 팔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유인한 뒤 계약서를 쓰는 사이 해당 차량이 고장 난 것처럼 위장해, 다른 중고차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도록 강요한 혐의(공동공갈 및 상습사기 등)로 중고차 판매업체 대표 이아무개(27)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딜러 홍아무개(47)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기도 부천과 인천의 중고차 판매업체 15곳에 각각 소속된 이씨 등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31명을 상대로 14억원 상당의 중고차를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고차 허위매매 사이트인 CT CARZ, SK다이렉트카 등 2곳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 매물을 올려놓고 “급매물이 나왔다”며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어 현장에 온 피해자가 매물을 보고 구매를 결심한 뒤, 계약서를 쓸 때 차량 대금의 10% 또는 100만∼2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어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 계약금 환불 불가’, '위약금 지급' 등의 특약조항을 수기로 기재하게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건물 안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이 밖에서는 차의 연료 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놓는 일명 ‘덜덜이’ 작업을 했다. 차가 고장 난 것처럼 위장해, 피해자가 차량 구매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계약서를 쓰고 나온 피해자가 차가 덜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이씨 등은 계약금을 환불해 줄 수 없는 것은 물론 높은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시세보다 300만∼500만원 비싼 다른 중고차를 수차례 보여주고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반발하는 피해자에게는 온갖 욕설을 하고, 심지어는 주먹으로 가슴팍을 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적발돼 폐쇄된 허위 중고차 매물 인터넷사이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이들은 또한, 20대 초중반의 건장한 체격에 문신까지 한 현장 딜러를 내세워 피해자들을 위축시키는 방법도 썼다. 생활법률에 어두운 피해자들은 먼저 작성한 계약서상 특약조항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한국소비자원과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사례 및 수사 의뢰 32건을 취합하는 등 수사에 나서 이씨 등을 검거했다. 또 이들이 사용한 중고차 사이트 2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