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오름 부근에서 착륙 중 지상과 충돌해 끌려나간 열기구. 독자 제공
12일 오전 제주에서 관광용 열기구가 착륙을 시도하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제주지역의 돌풍 등 기후특성을 무시한 사업이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12일 오전 8시11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오름 부근에서 열기구가 착륙 중 지상과 충돌한 뒤 바람에 끌려가면서 ㅇ업체 대표이자 조종사인 김아무개(54)씨가 숨지고 탑승객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탑승객 등의 말을 종합하면 열기구 사고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체육공원을 출발해 제주 동부지역 목장지대와 오름 일대를 둘러보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 높이 7~10m의 나무에 걸렸다가 빠져나온 뒤 착륙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바구니가 충격을 받아 탑승객들이 튕겨 나갔으며 열기구는 바구니와 함께 100여m 정도 바람에 끌려가다 멈췄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고, 고압 송전탑과 오름 인공장애물도 많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제로 ㅇ업체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제주지방항공청에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을 추진했으나 3차례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등록이 반려됐다가 지난해 4월20일 바람이 초속 3m 이하, 상공 150m 이하에서 운행하는 조건으로 등록을 받았다. 지난해 이 업체가 등록을 받았을 때도 일부에서는 바람 많은 제주에서 열기구 관광의 안전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제주지방항공청은 등록을 받아들였다. 중산간 지역의 돌풍 등 난기류의 영향으로 갑자기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송전탑 등도 곳곳에 있어 안전 운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애초 업체 쪽이 비행 이륙장소를 8곳으로 신청했는데 비행경로 안에 풍력단지와 고압 송전탑 등 위험구역이 포함돼 있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세 번째 협의 과정에서는 이륙장을 4곳으로 줄여 비행경로 안에 위험구역을 피하도록 한 뒤 업체 등록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4월24일 페이스북에 “불합리한 규제의 스나이퍼(저격수)에 마음의 큰 박수를 보낸다. 제주에 하늘을 나는 열기구가 지방항공청의 승인을 받아 사업이 가능해졌다. 제주도지사인 저도 항공청장과 면담하는 등 노력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99년 4월 제주에서 열린 열기구대회에서도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적도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