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펼쳐진 4·3해원상생큰굿에서 서순실 심방이 사설을 읊어나가자 유족들이 흐느끼고 있다.
“아이고, 시집도 못 가고 장개(장가)도 못 간 영혼덜/이 세상에 나왕(나와서) 살젠살젠 해여신디(살아볼려고 살아보려고 했는데)/시국이 원수로구나, 원수로구나/이 시국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럽고 한이 맺형(맺혀서)/……/평화공원 하늘에 새가 날고, 하늘에 까마귀가 날아가민/오늘은 우리 애기들 올 건가, 우리 애기들 올건가/까마귀가 전해주고, 새가 전해주고/4·3 진상 밝히젠 투쟁허는 나 자손덜아, 힘이 되어주마.”
13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는 제주도큰굿보존회장인 서순실 심방(무당)의 구슬프게 읊조리는 사설이 세찬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제주시 한림읍과 애월읍에서 온 할머니들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4·3 당시 희생된 영혼을 추모하는 심방의 사설에도 진한 눈물이 배어났다. 심방의 사설에 4·3 때 부모형제와 친척을 잃은 유족들은 통곡했다.
지난 9일부터 제주민예총과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주관한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이 닷새째 이어졌다. 큰굿은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4·3 해원상생굿은 지난 2002년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인근의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11구의 유해를 기리기 위한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4·3 당시 희생자 터를 찾아 해원상생굿을 열고 있다.
13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서순실 심방이 4·3해원상생큰굿을 집전하고 있다.
큰굿은 시왕맞이와 영가질치기, 꽂칠치기 순으로 이어진다. 시왕맞이는 영혼이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굿이며, 영가질치기는 저승길을 닦아 차사와 영혼을 맞아들이고, 망인의 심회를 말하는 영개울림을 들은 뒤 저승문을 열어 영혼을 위무하고 저승으로 보내는 굿이다. 꽃질치기는 어린 영혼들을 달래는 굿이다.
제주에는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전해 오듯이 제주지역에는 오래전부터 무속이 뿌리깊게 퍼져 있다. 4·3 체험세대들도 진상규명을 하기 전부터 심방을 찾아 굿을 통해 해원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제주4·3 70주년을 맞아 하루에 치러지던 굿을 일주일 동안 계속 이어진다. 14일에는 당시 제주읍 지역 희행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굿이 펼쳐지고, 15일에는 행방불명인들을 위한 굿이 이어진다.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4·3의 해결 기미가 요원하던 시기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을 위무하고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던 삶을 감내해야 했던 유족들에게 역사의 사태가 남긴 깊은 내상을 치유하는 것은 굿밖에 없었다”며 “당일굿이었던 해원상생굿의 일정을 일주일 동안 마련한 것은 희생자의 수가 워낙 많은 탓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소요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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