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발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이게 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선심성 공약 발표 중단을 촉구하며 시장에 당선되면 선심성 공약 성격의 개발정책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시는 16일 “부산 남구 우암동 51-3 일대 옛 부산외국어대 캠퍼스 터 13만여㎡를 사들여 30년이 되지 않는 건물은 리모델링하고, 30년 이상 된 건물은 헐고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비는 2836억원으로 예상된다. 시는 먼저 시비 828억원을 들여 터와 건물을 2024년까지 사들이고 1468억원을 들여 30년 이상 된 건물 6채를 철거한 뒤 복합문화공간과 청년임대주택 등을 짓는다. 30년 되지 않은 건물 10채는 헐지 않고 540억원을 들여 수리한 뒤 해양연구개발기관, 창업지원센터, 대학생연합기숙사 등으로 사용한다.
시는 앞서 지난 12일 태종대·감지해변·중리산·중리해변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2026년까지 태종대 일대를 개발한다는 내용의 ‘태종대권 종합개발계획’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태종대(171만㎡)엔 순환열차를 철거하고 민간자본을 들여서 태종대광장~태원 자갈마당~전망대~태종사를 연결하는 3.7㎞ 길이의 모노레일을 깐다. 감지해변(10만㎡)엔 복합리조트타운을 조성하고 감지해변 옆 중리산 일대는 스포츠 시설을 짓고 중리해변엔 숙박시설을 만든다.
시는 지난달 26일엔 동남권 근현대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 기본계획수립 최종 용역보고회를 열고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개 권역별 42개 특화사업을 추진해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의 5개 테마는 국난극복 유적, 피란수도 유적, 근대역사문화지구, 근대산업문화지구, 자연예술문화지구다.
시는 또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을 허물고 2026년까지 2만8000~3만석 규모의 돔형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국·시비 각 650억원과 민간자본 2200억원 등 3500억원이 예상된다. 시는 1000억원을 들여 지하철 범일역에서 남문시장까지 400m 구간에 지하상가를 조성해 섬유패션특화거리 대표 상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부산 남구 우암동의 옛 부산외국어대. 부산시는 16일 이곳을 사들여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의 이런 개발계획 발표에 대해 오 후보는 성명을 내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사직야구장 돔구장은 민간자본 사업자 참여가 유력한 롯데그룹과 협의도 없이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태종대 종합개발은 5483억원이지만 시비는 겨우 290억원이어서 민간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성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민간자본 유치 방안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동남권 근현대 역사문화 관광벨트도 현실성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1조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겠다는 정부 약속도 없는데 시가 단위사업별로 섣불리 국가 지원을 순차적으로 신청하겠다는 방침만 정했다는 것이다. 섬유패션거리 특화는 올해 안에 추진과제를 확정하고 내년 이후에나 국비사업 발굴로 재원을 충당한다는 막연한 일정만 세운 상태에서 서둘러 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부산시가 구체적인 재원 조발방법이나 추진 일정도 없이 막무가내로 도시개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둔 현직 시장이 아니라 차기 시장이 추진해야 할 사업이 대부분이다. 서병수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올해 6월 이후 사업 정책은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개발계획들이 백지화되거나 전면 재검토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병수 시장은 “최근 발표된 개발계획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것들이다. 누가 시장이 된다 하더라도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선거용 공약 발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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