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비상구와 방화시설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충북 지역 한 목욕탕 비상계단에 신발장이 설치돼 있는 모습. 충북소방본부 제공
정부가 비상구를 막아둔 채 다중이용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에 대해 징역형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제천과 밀양에서 일어났던 대형 화재 때 비상구가 막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가연성 외장재 사용금지 대상을 정할 때 건물과 면적을 기준으로 삼던 것을 앞으론 이용자와 시설 특성을 고려하기로 했다. 최근의 두 참사를 거치며 규모가 크지 않아도 노약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소방안전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
17일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조종묵 소방청장이 화재안전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17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은 소방대응체계와 건축물 안전 제도 개혁 내용을 담은 정부 합동 화재안전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비상구 폐쇄로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 화재예방과 이윤근 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상구를 고의적으로 훼손하거나 막았을 땐 징역형까지, 인명피해가 생겼다면 책임자에게 1년 이하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강화된 소방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4~5월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선 방화시설을 폐쇄·훼손할 땐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비상구는 명시되어 있지 않고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소방청은 비상구를 막아둔 업소에 대해선 영업장 폐쇄까지 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소방청은 올해 7~12월엔 전국다중이용시설 55만4000곳을 대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하고, 불시 소방특별조사도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국토부는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화염과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설계·시공 때 방화구획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불법 증개축 건축물에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내주지 않을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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