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지수가 55에 불과한 1급 지적장애인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친다면, 우리 사회는 이 사람을 처벌해야 할까? 보호해야 할까?
경남 김해에 사는 김아무개(30·여)씨는 초등학생 시절 뇌척수막염에 걸려 1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어렵게 회복됐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사물 변별력이 떨어지고, 도덕적 판단이 어려우며, 충동 조절을 못하고, 사회 적응도 못하는 1급 지적장애인이 됐다. 또 기도삽관 산소공급 치료 과정에서 치아가 모두 녹아내려 잇몸으로 음식을 겨우 씹어서 삼킨다.
오랜 치료 과정에서 부모가 헤어져, 김씨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주변에서는 어머니에게 딸 김씨를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권유하지만, 김씨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 구토를 하는 등 견디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김씨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통원 치료를 시키고 있다. 어머니는 딸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는데, 다행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다달이 나오는 몇십만원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언제부턴가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생겼다. 이미 네 차례나 절도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변별력이 떨어지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6년 7월15일 오후 1시께도 동네 ㅎ마트에서 참치식품 3개, 치즈 4개 등 2만4000원어치를 훔쳤다. 지난해 5월8일 저녁 6시께에도 같은 곳에서 치즈 3개 2만4960원어치를 훔쳤다. 지난해 6월 중순에는 역시 같은 곳에 가서 생리대를 훔쳤다. 지난해 11월25일 오전 11시15분께에는 ㅌ마트의 식품코너에서 군것질거리와 반려견 간식 등 5890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쳤다. 네 차례나 물건을 훔쳤으나, 전체 액수는 6만2850원에 불과했다.
결국 김씨는 또다시 절도 혐의로 붙잡혔고,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창원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오원찬)은 18일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형법을 개정해 지난 1월7일부터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오원찬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절도 액수가 소액이고,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며, 지속적인 치료와 원호가 필요하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경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장이 김씨에게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압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답했다. 김씨는 절도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충동을 조절하지는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김씨 어머니는 선고 결과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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