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 본관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대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을 성추행했다며 사건 재조사와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북대학교에서 10년 전 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원생을 1년 동안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다른 교수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이 교수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구여성회 등 13개 단체가 만든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19일 오전 9시30분 대구 북구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대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에게 강제로 키스하고 껴안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대경여연은 또 “피해자가 다른 교수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수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협박했고 확약서를 전제로 합의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대경여연은 피해자가 2007년 10월~2008년 10월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라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공식적인 징계는 받지 않았다. <한겨레>가 입수한 당시 확약서를 보면, 이 교수는 이 사건으로 ‘3년간 기자재 지원 정지’, ‘3년간 대학원생 선발 금지’, ‘기본적인 연구공간 외의 공간 제한’ 등의 불이익만 받았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서에는 ‘○○○ 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관련 주요 사건에 대해…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대경여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한 뒤 경북대 인권센터장을 맡고 있는 문성학 교학부총장을 만나 성폭력 사건 재조사와 관련자 징계,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북대는 이날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를 보직해임했다. 이 교수는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경북대 성폭력상담소장과 경북대 인권센터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성학 교학부총장은 “10년 전 일이라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학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학 안에 다른 피해 사례가 있는지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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