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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돼지 한 마리를 안고 제주로 왔던 신부님

등록 2018-04-25 15:51수정 2018-04-25 18:03

4·3사건 등 고통 나누며 축산업 현대화에도 기여
맥글린치 신부 애도 물결…27일 한림서 장례미사
지난 23일 선종한 맥글린치 신부
지난 23일 선종한 맥글린치 신부
지난 23일 선종한 ‘푸른 눈의 사제’ 패트릭 제이 맥글린치(한국 이름 임피제) 신부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시 한림읍 천주교 한림성당에는 25일 그를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한림성당은 맥글린치 신부가 1954년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했던 곳이다.

“신부님은 평생 예수님의 실천을 몸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이날 오전 한림성당에서 만난 천주교 제주교구 김석주 신부(복음화실장)는 맥글린치 신부의 삶을 이렇게 전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맥글린치 신부는 4·3사건과 한국전쟁으로 고구마와 톳밥(톳과 보리쌀을 섞어 만든 밥)으로 굶주림을 채우던 제주도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사회사업을 한 사제로 알려져 있다.

김 신부는 “도민들이 희망을 찾지 못해 헤매던 시절에 한림에 들어와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가 함께한 분이다. 종교와 현실의 구분이 아닌 현실 속으로 들어간 사제였다”고 회고했다.

인천에서 새끼를 밴 요크셔 돼지 한 마리를 사 한림까지 갖고 왔고, 이는 훗날 제주의 현대식 양돈산업의 기반이 됐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신용협동조합(57년)과 농촌 청소년들을 위한 4H클럽(59년)을 설립해 키워 나갔다. 최근 ‘핫 플레이스’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성이시돌목장의 독특한 건축물 테쉬폰도 맥글린치 신부가 들여온 것이다. 농촌의 노는 일손을 활용해 사료 공장과 우유 가공공장, 치즈 공장 등을 세웠다. 맥글린치 신부는 2002년에는 성이시돌목장 병원을 호스피스 중심의 복지의원으로 개원해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지난 61년 성이시돌목장에 직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테쉬폰’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건물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 61년 성이시돌목장에 직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테쉬폰’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건물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해 <제주 한림이시돌 맥그린치 신부>라는 맥글린치 신부 평전을 쓴 양영철 제주대 교수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지역개발 역사의 모델을 만든 분이다. 기술이 없으면 같이 기술을 배우고, 자본이 없으면 공동체를 이뤄 힘을 모으면 충분히 지역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림성당에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장례미사가 거행될 때까지 천주교 제주교구 성당별로 2시간씩 돌아가며 미사를 지내고 있다. 맥글린치 신부의 장례미사는 27일 오전 10시 성이시돌목장 삼위일체대성당에서 거행되며, 이시돌 글라라수녀원 묘지에 안장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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