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사저 입구 마당에서 커다란 스카프를 망토처럼 두르고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지냈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집이 “내가 살다가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시민에게 개방된다.
노무현재단은 26일 “재단 누리집(knowhow.or.kr)을 통해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하는 시민들에게 다음달 1일부터 노 대통령의 사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집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25일 퇴임한 뒤부터 2009년 5월23일 서거 때까지 15달 동안 살았던 곳이다.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15년 11월 인근에 집을 지어 옮겼다.
이 집은 “지붕 때문에 뒷산 풍광이 가려서는 안 된다”는 노 전 대통령 뜻에 따라 정기용 건축가가 나지막하게 지었다. 대문을 거쳐 건물로 들어가는 중문을 지나면 가로, 세로 7m의 사각형 마당과 마주친다. 마당 건너편은 서재, 오른쪽은 거실·침실·식당·사랑채 등 가족 공간, 왼쪽은 경호원 시설로 이뤄져있다. 마당 둘레에는 비를 맞지 않고 다닐 수 있게 지붕 덮인 복도(회랑)가 있다. 건물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뜰에는 경복궁 정원을 본뜬 계단식 정원이 있다. 많은 나무가 있지만, 기념식수는 2008년 11월16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가 기증한 산딸나무 1그루뿐이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살던 때 모습 그대로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재 책장에는 생전처럼 919권의 책이 꽂혀있다. 식당엔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식사했던 4인용 식탁이 놓여 있다. 거실 책상엔 컴퓨터가 놓여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새벽 5시20분~5시40분께 이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했다. 사랑채 벽에는 고 신영복 교수의 글씨 ‘사람사는 세상’이 액자 안에 걸려 있다. 액자 아래 벽면에는 노 전 대통령 손녀의 연필 낙서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관람객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45분 동안 사저를 둘러볼 수 있다. 매주 월·화요일, 노 전 대통령 기일인 5월23일, 설날과 추석엔 휴관한다. 관람료는 물론 무료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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