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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크레인’ 하청노동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등록 2018-04-30 15:58수정 2018-04-30 19:17

경상은 산재 인정도 못받고 27억 휴업수당 미지급
공황장애 등 후유증 심각한데도 노동부는 ‘무대책’
“조선소 다단계 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 비판 높아
지난해 5월1일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붕괴사고가 일어나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5월1일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붕괴사고가 일어나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크레인 와이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끊어진 와이어가 눈앞으로 휙 지나갔어요. 그 순간, 같이 일하던 동료의 몸통이 두 동강 나면서 저 멀리 날아갔어요. 그 이후 와이어 끊어지는 소리가 귓속에 울려 견딜 수 없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장면이 떠오르면 잠을 잘 수 없고, 다른 사고 소식이라도 들을까봐 텔레비전 뉴스를 볼 수 없어요.”

지난해 5월1일 사망자 6명과 부상자 25명을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현장에 있었던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김은주(57)씨는 1년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사고가 난 날은 노동절이었다. 삼성중공업 소속 정규직은 대부분 쉬는 날이었다. 희생자 31명은 모두 하청업체난 재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대형사고 뒤에도 하청노동자들에겐 사회적 지원이 닿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삼성 크레인 붕괴사고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상원 기자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삼성 크레인 붕괴사고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상원 기자
30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사망자 6명의 유족은 삼성중공업이 아닌 협력사협의회와 개별 합의했고,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체나 삼성에 이의제기하지 않는다’, ‘언론 등에 공개했을 시 배상을 청구한다’ 등이 합의 내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부상자 25명 중 6명은 산업재해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5명은 경상이고, 1명(물량팀장)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이유였다.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의 사고 현장에는 정규직 159명과 비정규직 1464명 등 1623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정신적 후유증은 거의 방치돼왔다. 지난해 6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이 사고 현장 노동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상태가 조사됐으나, 그 대상자는 각각 686명과 671명으로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류현철 경남근로자건강센터 부소장은 “초기 대처가 늦었던 탓에 이미 1천여명이 퇴사했고, 조사 전화에 응답한 사람 중 상당수가 ‘이 사고 뒤 다른 공사장에서도 공포와 불안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 사회적 지원 부재로 정신적 외상이 더욱 악화된 것”이라고 했다. 1차 조사에선 161명, 2차 조사에선 115명이 공황장애, 불면, 사고 상황 기억 반복 등 증상을 보이는 ‘트라우마 위험군’으로 확인됐다.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1주년을 맞아 당시 사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상담해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최상원 기자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1주년을 맞아 당시 사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상담해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최상원 기자
이들 대부분은 사고 뒤 임금체불까지 겪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 사업장별로 일주일에서 한달가량 휴업했는데, 고용노동부의 3차례 근로감독 결과 휴업수당 미지급액이 27억4764만7029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이것은 삼성중공업 전체 하청노동자 3만698명의 48%인 1만4853명에 대한 것으로, 전체 미지급액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근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으며, 특히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 고용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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