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불어온 훈풍으로 남한 두륜산 대흥사와 북한 묘향산 보현사 사이의 교류가 추진된다.
해남 대흥사는 30일 “남북교류는 서로 인식이 같은 역사와 위인부터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인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을 남북이 공동으로 제향(제사)하는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평안북도 향산군에 있는 묘향산 보현사는 승병장인 서산대사가 오랫동안 수도하다 입적한 도량이고, 전라남도 해남 두륜산 대흥사는 그의 유지에 따라 가사와 발우, 염주, 교지 등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그를 배향하기 위해 보현사는 수충사, 대흥사는 표충사라는 유교식 사당을 함께 두고 있다.
대흥사는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서산대사의 국가 제향을 복원하기 위해 묘향산 보현사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대흥사 주지 월우스님은 “통일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6월쯤 북한에 가서 서산대사의 국가 제향을 봄엔 대흥사에서, 가을엔 보현사에서 올리는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흥사는 앞서 2015년 10월에도 북한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인사 10여명과 공동 제향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하면서 더 나가지 못했다.
서산대사를 배향하는 유교식 사당인 대흥사의 표충사
분단 이후 대흥사는 1978년 서산대사 유물전시관을 열고, 2012년 예제관 행렬과 제향 순서를 고증한 서산대제를 지내는 등 서산대사 선양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 전국에 격문을 돌려 모은 승병 1500여명을 이끌고 평양성 탈환 전투에 참여했다. 이 공로로 200여년 전 정조 때부터 남북에서 국가 차원의 제향이 이뤄졌으나, 일제 시대를 거치며 모두 중단되고 말았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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