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풍작으로 양파 값이 폭락했던 2014년 8월 전남 무안군 무안읍 매곡리 들머리에 팔리지 않은 양파 더미들이 수백미터 길이로 쌓여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농촌의 대표적인 소득작목인 양파와 마늘의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정부에 수매 비축량 확대를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 광주전남연합,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연합은 2일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식품부의 태만과 무능이 채소값 폭락을 불러왔다. 생산면적 조절과 시장상황 예측에 실패한 만큼 정부의 개입과 농협의 협조로 출하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흘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재배면적이 양파는 35.2%, 마늘은 14.0%가 지난해 보다 각각 증가했다. 이는 농식품부가 지난달 17일 예측한 양파 18.3%, 마늘 6.0%의 2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런 상황이어서 지난 3월부터 본격 출하된 조생종 양파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45% 떨어졌다. 더욱이 재배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산지 폐기에 나섰지만 정부는 오히려 수입산 양파 508t을 방출하는 얄밉고 서운한 조처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농산물은 생산량의 3% 증감이 폭등과 폭락을 결정하는 민감한 상품이다.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양념류는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부가 태만과 무능으로 수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도, 재배면적을 제대로 예측하지도 못해 빚어진 피해를 막기 위해 이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양파 초과 공급량 17만8000t 중 5만t 이상, 마늘 초과 공급량 4만2000t 중 2만t 이상을 정부가 수매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한 양파밭에서 지난달 13일 농민이 예초기로 양파대를 잘라내고 있다. 풍년으로 올해 양팟값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남에서는 1천602농가가 양파 수확을 포기하고 농협에 폐기 보상금을 신청했다. 무안/연합뉴스
앞서 농민들은 지난달 25일에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앞에서 집회를 열고 양파·마늘 가격이 폭락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항의했다.
김재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 의장은 “양파·마늘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예측치보다 2배 이상 늘었는데도 정부는 과거처럼 자율 감축과 재고 소진 등 민망한 수치놀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생산한 농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인 듯해서 괘씸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올해 양파는 이미 폭락했고, 마늘의 운명도 똑같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 하락 폭을 줄이려면 정부가 적어도 양파 5만t, 마늘 2만t을 수매해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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