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남북교류 현안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로 가는 길에 많은 걸림돌도 있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미 남북은) 평화로 가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평양시와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등과 같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추진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반도에서 세계 평화역사가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며 “과거 정치를 했던 사람으로 벅찬 일”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금이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시점이 한반도에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 시점인지 잘 알 것”이라며 “한국 정치인들이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서울시가 평양과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길이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63년 독일 사회민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1998년부터 7년 동안 독일 총리를 지냈다. 그가 취임했을 당시 독일은 통일 뒤 8년이 지났지만, 통일에 따른 혼란과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그는 노동, 산업, 조세, 행정 등 폭넓은 분야의 개혁 정책을 펼쳤고, 이를 통해 독일의 실업률을 낮추고 무역 흑자를 키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통일된 나라에서의 행정·정치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초청으로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날 슈뢰더 전 총리의 말에 “따릉이(서울 공공자전거)를 타고 개성, 서울에서 평양까지 달려갈 것 같은 마음이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와 중국을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갈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된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또 “중앙정부가 열고 있는 큰길을 따라 지방정부, 시민사회, 민간이 같이 가야 한다”며 “서울과 평양 사이의 10대 포괄적 협력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등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자문위원들이 참석해 향후 남북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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