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는 노래비 667개를 소개한 <한국의 노래비>.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진 노래비 중 가장 많은 것은 동요 ‘고향의 봄’ 노래비로 조사됐다. 서울 종로구, 인천 남동구, 경남 양산시, 경기 수원시, 경북 영덕군, 충남 보령시 등 20곳에 이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 숫자로 볼 때, ‘고향의 봄’은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다음으로 많은 노래비는 가곡 ‘고향’(10개), ‘가고파’(8개), ‘향수’(8개), 동요 ‘엄마야 누나야’(7개) 등 순으로 나타났다.
30개 이상 노래비가 있는 시·군은 경남 거제시(35개), 강원 원주시(32개), 충남 보령시(31개) 등 세 곳으로 조사됐다. 거제시 일운면 일운초등학교, 원주시 무실동 박건호 공원, 보령시 성주면 개화예술공원에 각각 29개씩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 덕택이다.
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는 노래비 667개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자 <한국의 노래비>가 발간됐다. 이지환 경남도 인재개발원 인재양성과장과 강원도 횡성군에 귀촌해서 사는 심재영씨 등 2명이 11년 동안 전국을 샅샅이 훑어서 펴낸 역작이다.
9일 이지환 과장은 “노래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기록으로나마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처음엔 노래비·시비·문학비 등을 모두 찾아다녔는데,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노래비만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저자 두 사람은 각자 노래비를 찾아다니다가, 지난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돼, 이후 공동작업을 하며 책까지 내게 됐다.
노래비 667개는 대중가요 223개, 가곡 90개, 동요 87개, 민속음악 81개, 애향가 72개, 군가 5개, 기타 109개 등으로 이뤄졌다. 이들 노래비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공원에 2000년 ‘하동포구 80리’ 노래비가 세워졌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찾아갔으나, 현장엔 엉뚱한 노래비가 있었다. 2년 동안 노래비 행방을 추적한 끝에, 애초 세워져 있던 노래비의 표면을 갈아서 없앤 뒤 ‘섬진강’ 노래를 다시 새겨넣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남 진주시에 있던 ‘내 고향 진주’ 노래비는 경남 산청군에 사는 사람이 가져가서 자신의 밭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지환 과장은 “이번에는 기록을 남긴다는 데 의미를 두고 책을 냈다. 앞으로 국민애창 100곡을 추려서 노래비를 세운 사연까지 자세히 담아 다시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무향 펴냄. 2만원.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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