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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원룸서 숨진 부자, 핸드폰이 ‘백지상태’였다

등록 2018-05-09 16:55수정 2018-05-09 23:22

휴대전화에 통화내역·연락처 전혀 없어
아버지는 거주불명, 아이는 출생 신고 안돼
일주일째 경찰조사에도 삶의 흔적 찾지 못해
전문가 “영국 복지순찰대처럼 찾아가는 복지 절실”
지난 3일 경북 구미 ㅈ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아무개(27)씨와 그의 갓난 아기는 최근 행정상 존재기록까지 끊긴채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주째 숨진 서씨의 전 여자친구와 부모, 고등학교 동창 등을 접촉하고 있지만 다들 연락이 되지 않거나 최근 서씨의 삶을 알지 못했다.

9일 구미경찰서와 구미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씨는 주민등록상 대구에 사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거주불명자’로 등록돼 있었다. ㅈ원룸은 지난해 12월 서씨의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계약돼 있었다. 경찰은 그가 지난해 12월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원룸에 살다가 올해 들어 여자친구가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 안에는 연락처나 통화내역 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부모와 7년 전부터 연락을 하지 않고 남남처럼 지냈다. 그의 고등학교 몇몇 동창들도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숨진 아기는 두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부검에서 서씨의 주검에서는 폐동맥 혈전이, 아기의 주검에서는 폐렴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조사와 부검 등을 통해 서씨와 아기가 누군가에게 살해됐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20대 아빠와 아들로 추정되는 2살짜리 아기가 숨진지 수일 만에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원룸 입구. 연합뉴스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20대 아빠와 아들로 추정되는 2살짜리 아기가 숨진지 수일 만에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원룸 입구. 연합뉴스

서씨와 아기가 숨진 것은 지난 3일 오후 2시45분께 두달째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간 원룸 관리인이 발견했다. 서씨와 아기는 비쩍 마른 상태로 숨져 있었다. 하지만 부검에서 둘의 위 안에는 음식물이 조금 들어있었다. 집 안에는 음식도 없었고 분유통에는 분유가 조금 남아있었다. 집에 도시가스는 공급되고 있었지만 최근 음식을 해먹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웃들은 서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경찰은 고등학교 몇몇 동창들로부터 서씨가 2년 전 건설현장에서 친구와 잠깐 일했다는 것과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와 아기 모두 영양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건강도 나빴던 것 같다. 숨진 이유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숨진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구미시 담당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적도 없었다. 구미시는 서씨가 ㅈ원룸에서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구미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줬을 텐데 안타깝다. 제한된 인력으로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은 자원봉사자들이 복지순찰대 같은 방식으로 마을을 돌며 어렵거나 힘든 이웃이 있는지 조사하는 제도가 잘 발달해있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시스템이 사람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을 쫓는 방식이다. 어려운 사람이 행정기관에 무엇을 신청하면 그때야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행정중심적이고 관료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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