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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살인의 추억’ 피의자 검거…그는 진범일까

등록 2018-05-16 15:36수정 2018-05-16 20:06

경찰, 9년전 보육교사 살인 피의자 경북 영주에서 붙잡아
당시 살해시점 엇갈려...동물사체 실험 통해 사망시점 특정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지난달 25일 제주경찰청에서 제주 보육교사 관련 동물사체 부패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지난달 25일 제주경찰청에서 제주 보육교사 관련 동물사체 부패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1일 오전 2시50분.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교사 이아무개(당시 27)씨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러나 이씨는 귀가하지 못했고, 일주일 만인 같은 달 8일 오후 1시50분께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이씨가 실종되자 신고 보상금을 내걸고 수배전단을 뿌렸는가 하면, 해군, 119, 해안경비단 소속 전경까지 투입해 해안가와 하천, 과수원 등을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제주시내에는 당시 여성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여성들이 혼자 밤 길을 다녀서는 안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택시기사들은 이 사건의 여파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경찰은 2~3일이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사건은 장기화했고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2009년 2월7일 제주서부서에 설치됐던 수사본부는 2012년 6월15일 해체됐다. 그리고 사건은 미제에 빠졌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사건 발생 9년 만에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했다. 제주경찰청은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인 당시 택시기사 박아무개(49)씨를 16일 오전 8시20분께 경북 영주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아 제주로 데려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당시에도 여러 의문점으로 붙잡혀 조사를 받았으나, 명확한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당시 경찰은 특정했던 용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이씨의 사망사건을 놓고 경찰과 부검의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었다. 경찰은 애초 이씨의 목 부위를 누른 흔적과 손톱자국, 멍이 든 자국을 확인하고, 이씨의 사망시간을 2월1일 새벽 3시8분께 행적이 끊긴 뒤부터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부근 이동통신 기지국 주변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새벽 4시4분 사이로 추정했다. 반면 당시 부검의는 위 속 음식물 상태와 주검의 건조상태, 부패 정도 등을 고려해 주검 발견 당시로부터 사망시간이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장기 미제사건인 보육교사 살인사건 해결에 주목해오던 경찰은 올해 본격적인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정확한 사망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동물실험을 도입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와 과학수사요원 등이 동원돼 지난 1월29일부터 3월2일까지 주검이 발견된 현장에서 개 3마리와 돼지 4마리를 이용한 동물사체 실험 결과, 경찰은 주검이 발견된 시점인 2월8일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 살해됐다는 당시 부검 결과와는 달리 실종된 당일인 2월1일로부터 사흘 이내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교수는 지난달 25일 제주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당시 부패가 없었고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았다는 이유 등으로 사망 추정시간이 주검 발견 당시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부검의 소견이 있었지만, 실험결과 주검의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매일 나타났다. 7일이 지난 실험용 돼지와 개의 부검 결과에서도 부패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3일 이전에 배수로에 주검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 교수 등의 견해를 토대로 이씨의 사망 추정시간을 실종된 2월1일 오전 3시께부터 사흘 이내에 숨졌다고 추정했고,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위 내 음식물의 소화상태 등 추가 분석을 통해 사망시간을 1일 새벽 휴대전화가 꺼지지 직전인 오전 4시5분께로 좀 더 구체화했다. 경찰은 또 과거 용의자로 제시됐던 10여명의 진술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음성분석 등 과학수사를 진행했다. 강경남 제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어 발부한 것이다. 박씨에 대한 증거는 수사 진행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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