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끝내고/ 커피 내어 남향집 햇살 마루에/ 신문 펼친다.// 세설에만 귀 기울이다 구석에서 뜨겁게 통곡하는/ 부음 뒤늦게 본다./ 아무도 가는 사람 오래 붙들지는 않았다./ 빽빽한 숲길 같은 이름들 사이로 끝끝내 활자처럼 가벼워져/ 홀연 떠나도/ 이름에서는 여전히 마른 풀내가 나고” (시 ‘끝이 아니다’에서)
대학 교직원이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씻기 위해 틈틈이 지은 시들을 모아 시집을 냈다. 정성환(52) 영산대 대학교육혁신본부 차장은 최근 첫 번째 개인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문학의전당)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지난 3~4년 동안 퇴근 뒤 시간과 휴일에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쓴 시들 가운데 62편이 담겼다. 작품을 읽으면 하루 세 끼를 먹으며 직장과 집을 오가는 회사원들의 평범한 삶이 떠오른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시라는 언어로 표현했다.
대학 때 기자를 꿈꾸었던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20여년 동안 200여편 이상의 시를 써왔다. 2015년 7월 계간 <부산가톨릭문학> 공모전에 10편을 응모해서 ‘존재’, ‘낙엽’, ‘이 나이’ 등 3편이 <부산가톨릭문학> 2015 가을호에 실렸다. 이어 지난해 6월 마감한 월간 <시문학> 신인 우수작품상 공모전에 응모해 ‘뜨거운 눈’, ‘지룡(地龍)의 꿈 제조법’, ‘그림엽서’ 등 3편이 당선돼 <시문학> 9월호에 실렸다.
정 차장은 “나의 시를 읽고 직장인들이 함께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어머니의 기억력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첫 시집이 나와서 감사하다. 어머니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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