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눈 - “옛 제일모직 공장터에 삼성역사박물관 짓자” 제안
조해녕 대구시장의 삼성에 대한 ‘구애’(?)가 눈물겹도록 애처롭다.
조 시장은 2일 대구시의회에서 “옛 제일모직 터에 삼성 기업의 발달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삼성역사박물관을 지었으면 좋겠다”며 “꽤 오랜 기간 여러차례 삼성에 제안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대구·경북 과학기술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통해 여러차례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공장 터 3만여평에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기숙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1954년 이 자리에 공장을 짓고 40여년 동안 가동하다 96년 6월 경북 구미로 공장을 옮겨갔다. 지금은 당시 건물 중 일부만 남아 있고 빈터는 삼성 홈플라스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조 시장은 “세계 최고기업 삼성의 박물관을 지으면 대구에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투자를 끌어오기도 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삼성상용차로 불거진 앙금과 현재 그룹내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까지 내놓으며 “앞으로 분위기를 봐가면서 계속 매달리겠다”는 뜻도 전했다.
조 시장의 삼성에 대한 구애는 2003년 8월 대구 북구 칠성동에 문을 연 대구오페라하우스에도 미쳐 하마터면 그 이름이 삼성오페라하우스가 될 뻔했다. 조 시장은 “삼성이 기증한 오페라하우스 이름을 삼성오페라하우스 또는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오페라하우스로 짓겠다고 했지만, 삼성 쪽에서 대구 오페라하우스가 좋겠다며 거절하는 바람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됐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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