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요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수도계량기.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시가 통신시설 등을 통해 물 사용량을 측정하는 '원격 상수도검침 시스템'을 2025년까지 전면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업에 따른 수도요금 인상 우려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수도계량기 ‘원격 검침시스템 티에프’를 운영한 뒤 올해부터 12억원을 들여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원격검침 시스템이란, 검침원이 집집마다 다니며 수도계량기를 보고 물 사용량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 통합관리 서버가 자동으로 물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시는 누수율을 낮출 수 있고, 대면 검침 때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고, 검침원이 가기 힘든 지역을 쉽게 검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원격검침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시가 사업 추진 명분으로 내건 논리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서울시 상수도의 누수율은 지난해 기준 1.9%로 전국 최저다. 세계 도시들과 견줘봐도 도쿄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문제는 누수율이 최저 수준인 서울에 원격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들어갈 비용이다. 2025년까지 원격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때, 1587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작성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비공개 ‘원격 검침시스템 티에프 논의사항 검토보고서’를 보면, 원격검침은 사람이 검침하는 것보다 약 세 배 높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계량기 1개당 소요되는 연간 비용이 인력 검침은 1만1232원인데 견줘 원격검침은 3만2460원이 든다. 지난해 쓰인 총 검침 비용도 인력 검침은 227억원인데 원격검침은 610억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는 2023년부터 연간 200억 이상을 원격 검침시스템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도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누수율이 낮고 인구 밀집형 도시인 서울시에 굳이 원격 검침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검침원이 가기 힘든 지역을 쉽게 검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격 검침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검침원이 직접 검침하기 어려운 맨홀 속 계량기는 지금도 계량기 위에 영상기기를 설치해 검침하는 ‘영상검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효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전문위원은 “구축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원격검침 시스템을 도입할 근거는 미약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원격검침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자칫 수도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불필요한 투자책임이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 연간 예산 8300억원 중 아직 12억 규모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향후 비용은 추정치일 뿐 수도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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