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평화가 온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무대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한 날짜인 2018년 4월27일이 큰 글씨로 새겨져 있다.
“약자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했지만, 불의와 부패한 권력에 대해서는 언제나 추상같았던 당신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당신을 기억합니다.”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렇게 기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등 5만여명이 참석했던 지난해 추도식보다 규모는 줄었으나, 분위기는 지금까지 추도식 중 가장 여유로웠다. 지난해 추도식 때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고 참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지난 1년 무척이나 다사다난했습니다. 무엇보다 머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습니다”라며 참석자들에게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서 장남 노건호 씨가 유족 인사말하고 있다. 김해/공동취재사진
23일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건호씨가 묵념하고 있다. 김해/공동취재사진
노무현재단은 “평화가 있어야 통일이 있다”는 안보관을 갖고 ‘평화번영 정책’을 펼쳤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올해 추도식 주제를 ‘평화가 온다’로 잡았다. 이에 맞춰 특별영상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을 이어붙여 편집한 내용이 방영됐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젊은이들이 요즘 제일 좋아하는 것이 기차를 타고 북한과 중국 단둥을 거쳐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민주가 전진하고, 평화가 오는 자리가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공식추도사에서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의 봄기운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어떤 겨울도 결코 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한반도의 봄은 70년 세월이 만들어낸 반목과 갈등의 빙하를 녹이고 평화와 번영의 꽃을 기어코 피워낼 것입니다. 어떤 가치도 평화 위에 두지 않겠다는 당신의 말씀 깊이 간직하고 실현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유족을 대표해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한반도의 평화 정국은 지금도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금 모으기 할 때와 같이 진중하고 결연한 의지로 북측의 우리 민족과 세계를 설득시켜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은 10주기입니다. 부디 북의 대표도 함께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과 여건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추도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각 정당 대표단과 국회의원 60여명이 참석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대표단과 박원순 서울시장,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도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도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고 있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배재정 비서실장을 대신 보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조화만 보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조화만 보냈다.
노 전 대통령 묘소가 지난해 ‘국가보존묘역 1호’로 지정됨에 따라 해군의장대가 처음으로 참석해, 묘역에서 참석자들이 참배와 헌화를 하는 동안 조총을 쏘고 진혼곡을 연주했다. 추모공연에서 가수 이승철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노 전 대통령 기리며 발표한 곡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불렀다. 노찾사와 시민합창단은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등을 불렀다. 김해/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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