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을 찾아 추모 헌화를 하고 있다. 2016년 5월28일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김군(19)이 안전문을 고치다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2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19살 청년 김군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가 관련 업무 종사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안전 시스템을 보강한 결과,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23일 발표한 ‘구의역 사고 이후 그간의 노력과 향후 보완 과제’를 보면, 올해 1~4월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961건으로 구의역 김군 사고가 일어난 2016년 같은 기간 발생한 1876건에 견줘 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487건)와 비교하면 35%가 줄었다.
그동안 시는 외주로 운영해온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김군 사고 이후인 2016년 9월 직영으로 전환했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도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지하철 안전업무 5개 분야에 종사하는 서울교통공사(지하철 1~8호선 운영)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역무지원, 차량기지 구내운전, 전동차검수지원, 특수차 운전 정비 분야 종사자들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연봉은 2015년 평균 2322만원에서 올해 3865만원으로 평균 66% 올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숨진 김군처럼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하던 직원의 연봉은 평균 2122만원에서 3985만원(수당·복리후생비 포함)으로 88% 가량 올랐다. 김군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뒤에야 지하철 안전 관련 종사자들의 처우가 향상된 것이다.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가 감소한 배경에는 스크린도어 관련 시설들을 개선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스크린도어의 장애물검지센서를 승강장에서 유지와 보수가 쉬운 기종으로 교체하고, 스크린도어의 고장 상태를 기관사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부품도 교체했다. 이와 함께 올해 안으로 서울 253곳의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고정형 스크린도어를 열고 닫힘이 가능한 문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한 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 2호선의 50곳 역사는 스크린도어가 열린 상태에서는 열차가 출발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개선된다. 김포공항역, 우장산역 등 오래된 역사 9곳의 스크린도어는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노후시설을 고치기 위한 국고보조금을 383억원 확보한 상태다. 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2~3호선의 노후 전동차 610량을 교체하고, 2023년에는 지하철 스마트 통합관제센터를 마련해 지하철 1~8호선 안전에 관한 업무를 공간적, 기능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