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탄핵 찬성한 원 후보 “존경과 감사” 논평도
‘제주지사 상대’ 문대림 후보는 경선갈등 회복 못해
문대림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왼쪽),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
‘보수 혁신’의 아이콘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 쪽은 한 달 넘게 경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였던 23일 논평을 내고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으로서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모두의 정치를 하셨던 그 정신에 먼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올린다. 노무현의 정신을 실현하는 길에 저도 뜻을 함께 한다”고 했다. 원 후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앞서 5·18 38주기 때도 광주 학살 발포 명령권자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큰 절을 한 것과는 달리,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접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은 청년 원희룡을 일깨웠다. 제주도민의 마음을 모아 5·18을 기념한다”고 논평했다.
원 후보는 최근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철학이나 국가비전과 보조를 맞추면서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며 문 대통령과 통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원 후보는 한술 더 떠 무소속인 점을 들어 “도민의 명령이라면 (민주당 입당 등)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생각하겠다”며 ‘민주당 입당’을 언급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문대림 민주당 후보 쪽은 경선 후유증을 수습하지 못한 데다, 후보가 도내 한 골프장의 명예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성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5일 당내 경선 이후 지금까지 당내 경선 후보들을 만나지 못했다.
24일 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문 후보는 아직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우남 전 의원 등 경선 후보들을 만나지 못했다. 김 전 의원은 경선이 불공정했고, 이 과정에서 도내 같은 당 국회의원들까지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갈등이 깊은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중앙당이 김 전 의원 본인과는 상의없이 중앙당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해 김 전 의원 쪽을 분노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단합해야 하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차기 총선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또 원 후보는 ‘명예회원권’은 ‘공짜 회원권’이라며 문 후보를 몰아붙였고, 후보 진영은 ‘명예회원권의 가치가 1억원을 초과한다면 뇌물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골프장 쪽은 “‘명예회원’은 사고파는 게 아니며, 2005년 이후 누적 명예회원 수만 500여명이다. 우리가 600억원의 뇌물을 주었느냐”며 원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