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개를 도축해 도·소매업을 하는 업소를 상대로 행정대집행을 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수도권 최대 개고기 시장으로 손꼽혀 온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개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성남시가 ‘복병’ 만났다. 모란시장에 남은 마지막 개 도축시설을 최근 강제철거했지만, 해당 업소 쪽은 철거·압수된 도축시설을 되돌려받아 영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성남시의 말을 종합하면, 시와 중원구는 개를 도축해 판매해 온 ㅅ축산에 대해 지난 25일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실시했다. 근린생활시설 안에서 할 수 없는 도축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이날 구 공무원 등 40여명을 동원해 업소 안팎에 설치한 위법 가설건축물(35㎡)과 도축시설(58.24㎡)을 들어냈다. 이 업소는 모란시장에 남은 마지막 도축시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철거 여부를 놓고 관심을 받아왔다. 이에 시는 이날 ‘모란시장 개 도축 역사 속으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러나 ㅅ축산 쪽은 중원구청에서 보관 중이던 해당 시설들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철거 당일 오후 업소 안으로 다시 들여놔 29일 오전 현재 영업 중인 것으로 구는 확인했다. 행정대집행법에는 철거한 시설을 소유자가 요구하면 해당 관청은 이를 소유자에게 넘겨주도록 돼 있다. 다만, 소유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소 쪽은 지난해 12월 중원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물 위반 시설물에 대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소송이 지난 17일 1심에서 기각됐지만, 23일 항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원구는 29일 오전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다시 전달하고 조만간 철거전문 용역업체를 동원해 2차 행정대집행을 할 방침이다.
성남시 모란시장 개고기 도·소매 업소에서 도축시설을 끌어 낸 성남시 공무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이에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강제철거’와 ‘재설치 영업’이라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앞으로 계속 내보내고 곧바로 철거하는 강력한 절차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시장에서는 2001년 54개 업소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도축해 판매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일부 업소가 문을 닫았고, 2016년말 기준으로 22곳의 개고기 취급 업소가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식용견은 한 해 평균 8만 마리 정도였다.
이 때문에 모란시장을 둘러싸고 개 도살과 소음·악취로 지역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끊이질 않았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2016년 12월 ‘모란시장 환경 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현재는 21곳 업소가 개 전시 시설과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고 업종을 전환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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