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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고속도로 의인’…중부내륙고속도로서 사고 막아

등록 2018-05-29 16:55수정 2018-05-29 21:21

달리는 트럭의 운전사가 뇌전증으로 의식 잃어
뒤따르던 승용차가 일부러 추돌해서 트럭 세워
29일 오전 10시10분께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1t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중앙분리대를 밀고 가는 모습. 트럭을 뒤따라가던 쏘나타 승용차 운전자 박세훈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트럭 앞을 가로막아 트럭을 세웠다. 경남경찰청 제공
29일 오전 10시10분께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1t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중앙분리대를 밀고 가는 모습. 트럭을 뒤따라가던 쏘나타 승용차 운전자 박세훈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트럭 앞을 가로막아 트럭을 세웠다. 경남경찰청 제공
박세훈(44·회사원)씨는 29일 오전 10시10분께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경남 창원에서 함안군 거래업체로 가던 도중 편도 2차로인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분기점 부근에서 앞서 달리던 1t 트럭이 갑자기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트럭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박씨는 트럭 운전사의 잠을 깨우기 위해 경적을 “빵빵빵” 울리며 트럭을 뒤따라 갔다.

하지만 트럭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도 멈춰 서지 않고, 300m가량 중앙분리대를 밀면서 그대로 달렸고, 다시 휘청거리며 도로 바깥쪽으로 나가 도로 난간을 들이받으며 계속 달렸다. 박씨는 계속 경적을 울리며 차량 속도를 올려 트럭 옆으로 다가가 트럭 안을 들여다보았다.

트럭 운전사 이아무개(44)씨가 운전석에서 쓰러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박씨는 트럭 운전사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을 직감했다. 박씨는 승용차의 비상등을 켜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팔을 내밀어 흔들며 다른 차량의 접근을 막은 뒤, 자신의 승용차를 트럭 앞으로 몰고 가서 일부러 트럭과 부딪혔다. 트럭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시속 80㎞가량 속력으로 달리던 트럭은 승용차를 3차례 잇따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섰다.

박씨가 트럭을 세우자, 뒤따라 오던 다른 화물차 운전자도 도로 바깥쪽으로 차를 세우고 도와주기 위해 뛰어왔다. 두 사람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이씨를 트럭 밖으로 데리고 나와 온몸을 주무르며 119에 신고했다. 트럭 운전사 이씨는 이른바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전증 환자였다. 운전 도중 갑자기 뇌전증 증세를 일으키며 정신을 잃은 것이다. 쏘나타 승용차 뒤범퍼와 트럭 앞범퍼가 부서졌지만, 박씨의 신속한 판단과 행동 덕택에 인명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정신을 되찾은 뒤 이날 오후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으나, 승용차 운전자 박씨가 신속하게 트럭을 세우지 않았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남경찰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박씨에게 의로운 시민상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씨는 “당시에는 내가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트럭 운전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목격한다면 나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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