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한테 텔레비전 토론을 제안하는 다른 후보들의 성명서
호남지역 더불어민주당 일부 후보들이 정책과 자질을 검증받는 공개 토론회를 노골적으로 거부해 눈총을 받고 있다.
김영록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는 지난 28일 4개 방송사 토론회를 열자는 야당 후보들의 공동 제안을 받았지만 외면했다. 김 후보는 6월8일 씨엠비광주방송 토론에 나오지 않고 6월7일 선관위가 주최하는 문화방송 토론에만 한 차례 나온다. 이에 따라 씨엠비 토론은 김 후보를 뺀 다른 정당 후보 4명이 참여한 상태로 열리게 됐다.
여수시장, 나주시장, 구례군수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의 ‘토론기피’가 이어지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이들 후보들이 불참하면서 아예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1일 “권세도 민주당 여수시장 후보가 6월1일 열릴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뒤늦게 번복해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토론회는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시민의 비판을 받아도 당선에는 지장이 없다는 오만한 생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당내 경선으로 공천을 받은 뒤 열린 토론회에 네 차례나 불참했다. 지난 13일 여수문화방송, 30일 전남시비에스와 씨제이헬로 아라방송, 6월1일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여수지역신문협회, 6월4일 여수선언실천협의회가 각각 준비한 토론회였다. 특히 30일과 6월1일 토론회는 처음엔 참석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번복했다.
그는 불참 이유를 처음엔 “나중에 등록할 후보한테 알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상대 후보가 뒤늦게 경선에서 이탈했고, 근거없는 흑색선전으로 시민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6월7일 순천한국방송 정책토론회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인규 민주당 나주시장 후보는 31일 씨엠비광주방송에서 열린 광주시비에스·광주경실련·전남일보 초청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토론회는 상대 후보 1명만 나와 반쪽으로 진행됐다. 김순호 민주당 구례군수 후보도 지난 23일 구례뉴스 토론, 29일 씨엠비토론에 불참해 검증을 피했다.
이처럼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토론을 피하는 것은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굳이 토론회에 나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호남지역 민주당 후보들의 오만이 점입가경이다. 당선은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검증을 피하겠다는 것인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화보] 6·13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