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할까? 원 후보가 민주당 입당 시사 발언을 처음 한 것은 지난 5월16일 중앙일간지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였다. <한겨레>는 지난 5월24일 인터넷판에 ‘원희룡 무한 변신…도민 원하면 민주당 입당도 열려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뒤 원 후보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언론매체에서 ‘민주당 입당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원 후보는 정말 민주당 입당 의사가 있을까?
당시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한 기자가 “당선되면 중앙으로 올라와 중심을 잡아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했다. 원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기대에 미흡했다고 하는 도민들의 평가에 대해 저는 다시 도전해서 다시 점수를 받고 인정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에 나왔다. 이에 다른 기자가 “4년 동안이요? 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데도”라고 물었고, 원 후보는 “네. 저는 도민만 바라보고 갈 것이고, 여기 있는 기자분들이나 도민들이 하나같이 ‘야, 원 지사.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답변했다. 또다른 기자가 “도민 여론이 민주당이라고 한다면”이라며 웃었다. 원 후보는 “도민의 명령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생각하겠다. 도민의 명령 없이 제가 먼저 그쪽에 대해서 저울질하고 곁눈질하고 문 두들기고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원 후보의 입에서 직접 ‘입당’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원 후보의 이런 발언은 그 뒤 ‘민주당 입당설’로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 후보의 발언은 선거 전략의 하나로 보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김현 대변인은 지난 5월2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원 후보가) 최근에는 가능성도 없는 민주당 입당설을 흘리면서 지지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입당은 가당치도 않은 주장으로 혹세무민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원 후보의 발언은 텔레비전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소재가 되고 있다. 지난 5월3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원 후보가) 진짜 민주당 입당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후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했다. 박형준 교수는 “지금 민주당 입당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 것은 선거 전략상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정두언 전 의원도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원 후보의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선거를 자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가 그렇게 정체성이 없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만 모든 수단을 다하는 게 심했다.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해석했다. 문대림 민주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때 대권 잠룡이라고 불리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민주당 입당설을 스스로 흘리는 것 자체가 오직 득표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입장에선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입당할지는) 후보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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