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자유한국당 강원지사 후보 쪽이 춘천 시내에 건 펼침막 모습. 정 후보는 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레고랜드를 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까지 동아시아 최초의 레고랜드를 강원도 춘천에 건설하겠습니다.” 2011년 9월 최문순 강원지사가 했던 약속이다. 그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최 후보는 취임 5개월 만에 세계적 테마파크 유치를 발표했다 레고랜드 유치는 그의 대표 업적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일본 나고야 레고랜드가 문을 열어 동아시아 최초라는 이름도 사라졌다. 지금 레고랜드는 최 후보의 3선 앞에 놓인 암초가 됐다. 최 후보는 애초엔 2015년 말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완공 시기는 2017년 말, 2018년 상반기(부분 개장), 2020년 등으로 연거푸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레고랜드 사업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지만 최 후보는 연이어 착공식을 여는 등 이벤트성 행사에는 열을 올렸다. 최 후보는 2014년 11월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건설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의 참석 속에 ‘레고랜드 기공식’을 열었다. 2016년 10월에도 춘천 베니키아 호텔 베어스에서 200여명의 참석 속에 착공 보고회를 열고 레고로 만든 작은 트럭으로 첫 삽을 뜨는 이벤트를 열었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지난달 14일에도 중도 사업부지에서 또다시 착공식을 했다.
경쟁자인 정창수 자유한국당 강원지사 후보는 레고랜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달 24일 후보 등록 뒤 첫 일정으로 레고랜드 진입 교량을 찾아갔다. 그는 “7년 동안 믿고 기다렸지만 수차례에 걸친 기공식과 착공식, 멀린사와의 불평등 계약, 엘엘 시공사의 비리와 부패, 하중도 문화재 유적지 훼손 등 문제가 발생했다. 성과도 없이 선거 때만 되면 레고랜드 사업이 완공될 것처럼 시민들을 기만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사기극’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최 후보 지지세력으로 분류됐던 지역 시민단체들도 레고랜드 문제를 놓고선 이견을 보인다. 춘천시민연대와 춘천경실련 등이 꾸린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민주당이 최문순 후보를 단수 공천하자 지난 4월 성명을 내어 “레고랜드 사업을 책임지지 않는 ‘묻지마 공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레고랜드 사업이 추진돼도 모두 2428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해 ‘제2의 알펜시아’가 될 우려가 크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선거 결과를 떠나 잘못된 도정으로 인한 도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레고랜드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민단체인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는 지난달 31일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후보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1월 검찰에 최 후보를 고발하기도 했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는 최 지사가 선사시대 유적지를 훼손하고 외국 기업과 불평등 계약을 맺는 등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문순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 쪽이 춘천 시내에 건 펼침막 모습. 최 후보는 레고랜드와 옛도심을 연계한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레고랜드를 둘러싼 논란은 최 후보가 3선에 성공해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최성현 강원도 의원은 본회의 도정 질문에서 “강원도 손실이 이미 1천억원 이상이다. 멀린의 계약 파기로 인한 비용 부담은 2천억원이 넘을 것이다. 이것이 안 이뤄지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지사가 탄핵당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최 지사는 “이게 안 되면 탄핵해도 좋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최문순 후보는 2020년 완공을 자신하고 있다. 최 후보는 지난달 24일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춘천 레고랜드를 2020년까지 차질 없이 완공하겠다. 상중도와 서면, 위도, 캠프페이지 일대와 구도심을 연결하는 종합프로젝트를 춘천시와 강원도가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또 “(예전과 달리) 이미 본공사에 들어갔다. 본공사 건설회사와 책임준공 계약도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보증까지 받았다. 더는 어긋날 일이 없다. 사업이 늦어진 결정적 이유는 예상치 못한 문화재 발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고랜드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국외 투자자인 멀린사도 강원도와 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직접 투자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0년에는 춘천에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서 춘천과 강원도 경제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는모두 5011억원을 들여 춘천 의암호에 있는 섬 중도 129만1434㎡ 터에 레고로 만든 놀이공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14일 착공식을 열고 현재 기반시설 공사 중이다. 강원도는 우선 2020년까지 레고 놀이공원을 짓고, 2단계 사업으로 주변에 호텔, 상가, 워터파크, 아웃렛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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