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현동 아라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 고대 가야의 선박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보물급 유물로 평가받는다.
최근 경남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에서 아라가야의 왕성 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된 데 이어, 이곳에서 20㎞가량 떨어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에서 3~5세기 아라가야 지방세력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야시대 최대 규모 고분군이 발굴됐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이곳에선 고대 항해용 선박을 형상화한 배 모양 토기가 출토돼 관련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삼한문화재연구원은 8일 창원 현동 발굴현장에서 주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이곳은 거제시 장목면과 창원시 우산동을 연결하는 거제~마산 국도 건설구간의 한 부분으로, 삼한문화재연구원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의뢰를 받아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이 일대 3만582㎡를 발굴하고 있다. 발굴작업이 끝나면 이곳엔 국도 나들목이 건설될 예정이다.
아직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선 청동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조성된 무덤·집터 등 유구 1000여 기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640여기는 나무로 곽을 짠 덧널무덤으로, 무덤 안에서 통 모양 굽다리접시와 불꽃무늬 토기 등 아라가야 계통 토기와 망치, 덩이쇠, 둥근 고리 큰 칼, 비늘갑옷, 투구 등 2500여점의 가야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길이 5.6m, 폭 2.0m 크기의 387호 덧널무덤에선 굽다리접시, 그릇받침, 철창 등과 함께 가야시대 항해용 돛단배를 형상화 한 길이 29.2㎝, 높이 18.3㎝ 크기의 배 모양 토기가 출토됐다. 날렵한 조형미를 갖춘 배 모양 토기는 세부적인 기능들이 정교하게 표현돼 있고, 선체 아랫부분에 굽다리를 붙여 세울 수 있게 되어 있다.
경남 창원시 현동 아라가야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
경남도 가야사연구복원추진단은 “가야시대 항해용 돛단배를 형상화한 토기가 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낙랑·왜 등과 바다를 통해 활발하게 교역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대 가야인들의 선박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보물급 유물”이라고 배 모양 토기를 평가했다.
아라가야는 가야 6국 중 하나로, 경남 함안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아라가야의 중심지였던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에선 아라가야 왕성 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최근 발굴됐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사진 경남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