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사상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날까지 모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구·경북과 함께 자유한국당의 보수텃밭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과연 민주당 후보들이 여론조사처럼 살제 선거에서도 승자가 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부산에선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서병수 한국당 후보한테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격차가 약간 좁혀지긴 했으나 여론조사 공표 금지 하루 전날인 지난 6일까지 20~30%포인트를 꾸준히 앞서고 있다.
이런 추세는 4년 전 두 후보가 맞붙었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선 오 후보가 서 후보한테 10~20%포인트 계속 앞서다가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균형을 이뤘다. 두 후보는 선거일 열흘 전후인 5월23~29일 발표한 주요 언론사 4곳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2승2패를 했다. 오 후보는 결국 최종 투표에서 1.3%포인트(2만여표) 차이로 졌다.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부산 사상구 주례교차로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서 후보 쪽은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심지어 언론사와 오 후보 쪽의 짬짬이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뒤 정치지형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텃밭에서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서 후보 쪽 관계자는 “4년 전 여론조사와 이번 여론조사의 차이는 선관위가 여론조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는 휴대전화 안심번호다. 우리는 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 후보가 이긴다면 여론조사기관에 법적 책임을 물을까 한다”고 말했다.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면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오 후보 쪽은 “4년 전에 견줘 조직력이 확장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달라졌으며,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후광효과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4년 전 2만표 차이로 졌지만 이번엔 6만표 차이로 이긴다. 그 때처럼 역전은 없다”고 말했다.
경남에선 민주당과 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확정된 4월6일 이후 모두 30차례 공식 여론조사가 이뤄졌는데 29차례 조사에서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김태호 한국당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인 것이 25차례였다. 10%포인트 미만은 4차례였지만 모두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주목할 점은 김경수 후보의 드루킹 사건 연루 보도가 연일 쏟아지는데도 지난달부터 두 후보의 격차가 더 벌어져 20%포인트를 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8~9일 사전투표에서 하동·함양·남해·산청·합천·거창 등 보수성향이 강한 서부 경남 투표율이 매우 높게 나오면서 보수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도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한국당 후보를 시종일관 앞서고 있다. 하지만 송 후보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당시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 이기고도 선거에 패한 전력이 있어 최종결과를 장담하긴 이르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nesdc.go.kr)을 참고하면 된다. 김광수 최상원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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