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9기의 신화’.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철호(69)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당선자를 표현할 수 있는 핵심 열쇳말이다. 그는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울산에서 재보선을 포함한 6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2번의 시장 선거 등 모두 8번 선거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낙선했다가 이번 9번째 선거에서 비로소 당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개표가 46.15% 진행된 14일 새벽 1시께 송 후보는 53.57%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해졌다.
그는 “송철호의 당선은 울산시민 모두의 승리다. 시민이 주인인 시대를 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울산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됐다. 불공정과 반칙, 특권이 난무했다. 취업준비생은 구직의 문턱에서, 직장인은 승진에서, 자영업자는 일감 확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었다. 공장과 젊은이가 울산을 떠난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모든 시민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 자영업자 등 그 어느 누구도 지연이나 학연·혈연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조선업 등 주력산업의 침체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 위기에 빠진 울산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과 함께 북방경제협력교류를 통한 새 성장엔진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기회로 울산을 북방경제협력교류의 중심기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태어났으나 초·중학교를 전북 익산 할머니댁에서 보낸 것이 울산에서 치른 지난 8번의 선거 때마다 발목을 잡힌 ‘지역주의 족쇄’가 됐다. 부산고와 고려대 법대(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사법시험(24회)에 합격해 85년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뒤 87년 울산으로 옮겨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과정에 노동인권 변호를 전담했다. 이로 인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영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그가 변호사 개업 때 낸 신문광고 문구가 “눌린 자를 일으키고 굽은 것을 바로 펴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 <시대가 묻고 송철호가 답하다>에서 당시 심경을 “직장생활을 했고 결혼을 해 아이까지 둔 상태였고, 어떻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것이 하늘로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현대자동차·중공업 노조 고문변호사와 울산노동법률상담소장, 울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등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 때 경부고속철도(KTX) 울산역 유치와 울산국립대 설립에 큰 몫을 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도 맡았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를 지지했거나 상대 후보를 지지했거나 모두 울산시민이다. 모든 것을 잊고 대화합, 통합과 협치의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어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민신문고를 개설하겠다. 만약에 (제가) 조금이라도 잘못 가는 일이 있다면 ‘시민신문고’를 두드려 달라”고도 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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