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맨왼쪽부터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 당선자, 서은숙 부산 부산진구청장 당선자, 정미영 부산 금정구청장 당선자.
부산과 제주에서 여태껏 있었던 지방선거 중 가장 많은 수의 여성 정치인이 기초단체와 광역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명도 없어 여성 정치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부산에 최다 여성 구청장
더불어민주당의 정명희(52·북구)·정미영(51·금정구)·서은숙(50·부산진구) 등 3명의 여성 후보가 부산의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다. 민선 지방선거가 치러진 이후 부산에서 가장 많은 여성 기초단체장 수다. 또 1990년 3당 합당 뒤 28년 만에 한국당 계열 정당 후보가 아닌 정당의 첫 여성 구청장들이다.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 땐 민주당, 민주자유당은 모두 기초단체장에 여성 후보를 단 한명도 내지 않았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남구와 해운대구에 한나라당 출신 첫 여성 기초단체장이 나왔다. 2010년과 2014년에도 각각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 2명씩이 승리했다. 부산은 보수계열 여성 구청장 2명씩을 유지해왔던 셈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달 기초단체장 후보 16명을 공천하면서 정명희 당선자 등 4명의 여성 후보를 공천했다. 이는 2명에 그친 자유한국당의 곱절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부산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5만명 이상 많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 여성 비율이 높다. (여성층 공략이라는) 전략적 측면도 있지만, 후보들 경쟁력도 뛰어났다”고 했다.
제주도 의회 여성 당선자들. 왼쪽부터 강민숙, 강성의, 고태순, 김경미, 고은실, 오영희, 이승아, 한형진 의원
■ 제주도의회도 역대 최다 여성 입성
제주에선 여성 의원들의 제주도의회 입성이 두드러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의회에 진출한 여성 당선자는 모두 8명이다. 민주당 소속 강성의(50), 고태순(61), 이승아(42) 당선자 등 3명이 도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같은 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된 강민숙(56)·김경미(51) 당선자를 포함하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민주당 의원 29명 가운데 17%를 차지한다.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이 민주당 여성 후보들의 의회 진출에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정의당의 약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정의당이 11.87%로 바른정당 7.47%보다 많이 득표하면서 비례대표 고은실(55) 후보가 도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여성 후보도 한명씩 의회에 들어간다.
제주에선 지사 선거에 나선 고은영 녹색당 후보가 제주시장과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제1야당 자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과 제주 지역에선 여성 정치 참여가 눈에 띄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기초단체장은 총 8명으로 2014년 9명보다도 적다. 민주당 여성 기초의원후보는 224명에서 395명으로 크게 늘었으나 기초단체장 여성 후보자는 40명에서 35명으로 지난 선거보다도 적었고, 광역단체장 후보는 여전히 1명도 없어 여성 정치 참여가 기초영역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동 허호준 기자
ydkim@hani.co.kr